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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능계의 대부인 김태호, 나영석 PD가 주말밤 안방극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출연자가 72시간 동안 낯선 곳에서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예능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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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능계의 대부인 김태호, 나영석 PD가 주말밤 안방극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출연자가 72시간 동안 낯선 곳에서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예능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
주말밤 안방극장에서 소리없는 예능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예능을 대표하는 양대거장 김태호·나영석 PD가 금요일밤 야심작을 가지고 정면으로 맞붙으면서다. '무한도전'으로 예능계 대부로 자리매김한 김 PD는 JTBC 새 예능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을 내놓았다. 또 힐링이 필요한 현대인을 위해 여행과 음식을 접목한 예능으로 각광받은 나 PD는 tvN의 '서진이네2'를 선보였다. 지난달 28일 첫 대전에서는 전편의 프리미엄을 가진 나PD가 시청률에서 먼저 승전의 깃발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방송계 안팎에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김PD의 새로운 예능 포맷이 뿌리를 내리는 앞으로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가 아닌 타인으로 살아보기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이하 가브리엘)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포맷의 예능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을 프로그램에 녹여냈다. 출연자가 72시간 동안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타인의 삶을 살아보도록 했다. 예를 들어 출연자 중 한명인 박보검은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가 합창단장 루리로 변신했다. 이밖에도 지상욱, 박명수, 덱스, 염혜란, 홍진경 등 화려한 출연진이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출격한다.
박보검이 보여주는 합창단장의 소소한 일상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흑맥주의 본고장 아일랜드에서 아이리시 펍을 방문해 맥주 한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단원들과 음악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진지함도 보여준다. 뿐만 아니다. 태국 치앙마이로 출격한 박명수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우티'라는 새 이름을 얻은 그는 이른 새벽부터 오토바이를 끌고, 시장통에서 억척같은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우티는 삶의 밑천과도 같은 오토바이가 사라지면서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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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능계의 대부인 김태호, 나영석 PD가 주말밤 안방극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예인들이 화산과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로 가 꼬리곰탕을 판매하는 '서진이네2' |
◇아이슬란드에서 꼬리곰탕 팔기
'윤식당' '윤스테이' 등 비슷한 포맷으로 굳건한 지지층을 다진 나PD의 야심작 '서진이네2'는 연예인 직원들이 해외로 나가 한국의 '밥심' 전파에 나선다. 무뚝뚝하지만 속내는 다정다감한 사장 이서진과 함께 박서준, 정유미, 최우식 등이 직원으로 호흡을 맞춘다. 이들이 화산과 빙하의 나라로 알려진 아이슬란드로 가서 판매하는 음식은 한국의 꼬리곰탕이다. 뚝배기채 펄펄 끓여서 내놓은 꼬리곰탕으로 전하는 한국의 문화는 현지에서 충격과 감동이다.
말끔한 외모와 세련된 매너로 전편에서 비주얼을 담당했던 방탄소년단 뷔가 군 복무를 위해 비운 자리엔 배우 고민시가 새롭게 투입됐다. 식당인턴으로 등장한 고민시는 당당하면서 일 잘하는 역대급 직원으로 시선을 모았다. 실제로 연예인 데뷔 이전에 웨딩플래너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알바 경험을 가진 고민시는 "고기집 알바, 카페 알바 모두 해보았다. 서빙 설거지를 잘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에 사장 이서진은 "사회생활 정말 잘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는 후문.
◇불붙은 전쟁, 이제부터 진검승부
주말밤 불붙은 예능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두 프로그램은 주말 프라임타임대라고 할 수 있는 금요일 밤 9시대에 10분 간격 차이로 나란히 방송된다.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맞붙은 방송에서 일단 깃발은 나영석 PD의 '서진이네2'가 잡았다.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서진이네2'는 6.9%를 기록한 반면 '가브리엘'은 1.1%로 비교적 저조한 성적을 냈다. 참신함과 익숙함이 맞붙은 승부에서 시청자들이 일단은 익숙함을 선택한 것.
하지만 반전의 기미도 있다. '가브리엘'이 비록 시청률은 낮게 나왔지만 화제성에서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 TV-OTT 통합 비드라마 기준 '가브리엘'은 8위, 출연자 박보검은 3위를 기록했다. 앞으로 지창욱, 염혜란 등 새로운 출연자들이 가세하면서 더욱 바람몰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높아진다. 방송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PD들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맞붙으면서 시청자들의 주말밤이 즐거워졌다. 다만 지나친 경쟁을 강조하다보면 피로감이 높아질 뿐이니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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