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무속 못 끊어"...안방극장·영화관에 꽃피는 무속콘텐츠

  • 김은경
  • |
  • 입력 2024-08-08  |  수정 2024-08-07 15:18  |  발행일 2024-08-08 제16면
무속인 연애 프로 시즌2 제작 확정

로이터 통신 '한국무당' 특집 실어

"불확실성 커지며 기대고 싶은 마음"

역술, 무속 콘텐츠가 유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관, 안방극장에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고, 역술인들의 연애사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이뿐 아니다. 한국의 토속신앙을 밀착 취재한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찾는 시청자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도대체 왜일까. AI와 첨단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속 콘텐츠가 환영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아지고, 삶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무속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에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으로 해석했다.

유튜브 구독자 30만명이 넘는채널 '쌍문동 애기선녀 TV'를 운영하는 29살 무속인 이경현씨. 그녀는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 무속에 대한 견해를 전해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쌍문동 애기선녀TV 캡처>
유튜브 구독자 30만명이 넘는채널 '쌍문동 애기선녀 TV'를 운영하는 29살 무속인 이경현씨. 그녀는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 무속에 대한 견해를 전해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쌍문동 애기선녀TV 캡처>

◇안방극장 점령한 역술인들
세계적 명성을 가진 로이터 통신은 한달여전 한국 무당에 대한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한국의 젊은 무당들이 전통을 되살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튜브 구독자 30만명이 넘는 채널 '쌍문동 애기선녀TV'를 운영하는 29살의 무속인 이경현씨를 인터뷰했다. 로이터는 기사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첨단 국가 중 하나지만 인구 5천1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종교가 없다. 이에 따라 한국인들은 무당 등 샤머니즘에 의지한다"고 전했다. 한국인들의 무속에 대한 관심이 외국서도 주목할 수준이 된 것.

이런 가운데 SBS는 연애 리얼리티 '신들린 연애'의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지난 6월 방영된 시즌1은 지금까지 주로 음지의 영역에 있던 점술인, 무속인을 전면에 내세운 파격적 시도를 해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프로그램은 한 인간으로서의 무속인들의 삶, 고민, 연애를 있는 그대로 내놓았다. 타인의 미래를 예견하는 이들이 자신의 운명 앞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는지 등이 흥미를 끌었다. 당시 프로그램은 국내 안방극장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또 아시아 최대 동영상 플랫폼 '뷰' 인도네시아 에서 1위를 하는 등 화제가 됐다.

한국의 샤머니즘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귀신전'은 지난달 공개된 이후 역대 티빙 오리지널 다큐 중 유료 가입자수 1위로 등극했다. <유튜브 화면캡처>
한국의 샤머니즘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귀신전'은 지난달 공개된 이후 역대 티빙 오리지널 다큐 중 유료 가입자수 1위로 등극했다. <유튜브 화면캡처>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은 지난달 공개된 이후 역대 티빙 오리지널 다큐 중 유료 가입자수 1위로 등극했다. 유지태·옥자연이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실제 사례자와 무속인의 의식과정을 따라가며,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의 샤머니즘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7명의 PD가 각각의 에피소드를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자신을 맴도는 귀신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례자와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무속인들의 의식 등을 가감없이 소개해 무속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는 호평을 받았다.
◇극장가에 꽃피는 무속 콘텐츠

올 2월 개봉해 천만관객을 동원한 '파묘'의 대살굿 장면은 벌써부터 '올해의 명장면'으로 거론된다. <쇼박스 제공>
올 2월 개봉해 천만관객을 동원한 '파묘'의 대살굿 장면은 벌써부터 '올해의 명장면'으로 거론된다. <쇼박스 제공>

올여름 극장가에 부는 무속열풍의 중심에는 올해 2월 개봉해 천만관객을 동원한 '파묘'가 있다. 무당과 풍수사, 장의사 등이 조상의 묫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역사적 진실을 다룬 한국형 오컬트 영화다. 특히 MZ무당 '화림'을 연기한 김고은이 동물을 죽여 신에게 바치는 '대살굿' 장면은 '올해의 명장면' 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영화 '파묘'는 허무맹랑한 것으로 여겨지던 무속과 풍수지리를 우리사회에서 다시금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달 개봉예정인 영화 '바리데기' 는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태국,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11개 나라에 선판매됐다. 아내와 딸을 잃은 무당 '원고명'이 25년에 걸친 피의 복수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문에 깊게 뿌리내린 저주를 풀기 위해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진행하고,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제 무속인들이 출연하기도 한다. CF감독 출신의 이세원 연출자는 "'바리데기'를 통해서 무(巫)의 본모습과 무속이 가져야 할 마음, 한국적 오컬트의 신비스러움과 공포를 선보이고자 했다"며 연출의 변을 밝혔다.

대구경북 출신인 이성민·이희준 주연의 '핸섬가이즈'는 무속과 코믹이 결합한 영화로 눈길을 끌었다. <NEW 제공>
대구경북 출신인 이성민·이희준 주연의 '핸섬가이즈'는 무속과 코믹이 결합한 영화로 눈길을 끌었다.

대구경북 출신의 배우 이성민·이희준이 주연을 맡은 '핸섬가이즈'는 무속과 코믹이 만난 사례로 눈길을 끈다. 자칭 핸섬한 두 남자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된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이 영화는 무속의 범주를 살짝 비틀어 코믹의 범주까지 확장시켜 히트한 사례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6월26일 개봉한 영화는 7일 현재 누적관객 176만명이 관람해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5번째로 많은 관객을 모았다. 제작비 46억을 투입해 이미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것을 넘어 200만명의 고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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