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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을 모아 뜻깊은 기부를 하고 있는 '대곡 2지구 발전소' 회원들. <홍대식씨 제공> |
대구 달서구 대곡동에는 특별한 작업장이 있다. 소규모 작업장에 모인 사람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페트병의 뚜껑을 분리하거나 병에 붙은 라벨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월수입은 3만원.
함께 작업하는 이들은 '대곡 2지구 발전소'라는 이름의 공동체 동아리 회원들로 홍대식(56)씨를 비롯해 각자 본업을 가지고 있는 동네 이웃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른 회원 외에도 홍대식씨의 딸 영빈(19)양과 서빈(17)양도 학교에서 돌아와 틈틈이 일손을 돕는다. 이들은 한 달 동안 작업해 모은 병뚜껑과 알루미늄 캔 등을 근처 고물상에 팔아 도원동 행정복지센터에 매월 기부한다.
기부는 8년 전 홍씨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됐다. 홍씨를 비롯한 이웃들은 우정을 쌓으며 가깝게 지내다 함께 특별한 일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부하기로 했다. 특히, 처음에는 기부를 누구의 이름으로 할지 고민하기도 했는데, 작업을 함께 하는 영빈양과 서빈양의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을 이웃들이 먼저 내줬다.
홍씨는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기부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기부의 진정한 뜻을 두 딸이 이해하고, 금액이 평소보다 부족하면 자기들 용돈까지 더해 기부하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했다.
병뚜껑의 경우, 3만원을 기부하기 위해서는 수백㎏이 넘는 병뚜껑을 모아야 한다. 승용차로 한가득 실어 6~7대 분량이다. 이때는 근처의 가게 다섯 곳이 큰 도움을 준다. '대곡 2지구 발전소'의 선행을 알고 동참하고 있는 가게들로, 장사하며 나오는 페트병을 버리지 않고, 회원들에게 제공해 준다. 감사의 의미로 '대곡 2지구 발전소' 회원들이 이들 가게에 '자원 순환, 자원 재활용으로 함께 나누고 기부하는 업소'라는 문구를 적은 팻말을 붙여주었다.
홍씨는 병뚜껑이나 캔 등을 팔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문화가 확대되길 바랐다. 그러면서 홍씨는 "많은 사람이 동참하면 생각보다 큰 금액이 모일 것이다. 그때는 또 다른 새로운 기부 방식을 찾아볼 생각"이라며 기부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이원욱 시민기자 judge5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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