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고부지간이 아니라 모녀지간이에요”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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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4 08:20  |  발행일 2025-05-14
베트남며느리와 시어머니의 17년 동행
3대가 함께 사는 집 ‘든든한 울타리’

김순득

김순득(가운데) 할머니가 아들 이용수씨, 며느리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김순득 할머니 제공>

“우리 집에 복덩이가 들어왔지요."

베트남 며느리를 맞이한 지 17년째. 김순득(77·대구 동구 서호동) 할머니의 며느리 자랑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항상 얼굴에는 밝은 미소 가득이다. 살림살이는 넉넉하지 않으나 마음마만큼은 부자다.

김 할머니에게는 아들 둘과 딸 셋이 있다. 장남인 이용수(49)씨는 결혼을 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 꿈이었다. 막상 결혼 적령기가 되니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 부모님을 모신다는 조건에 결혼이 만만치 않았다. 2009년 2월 지인의 권유로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다. 낯설지 않고 가족 같은 이미지에 마음이 와닿았다고 첫 만남을 회상한다.

결혼하면 분가한다는 요즘 젊은 세대들과 달리 이씨는 슬하에 남매를 낳았고 부모와 함께 3대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었다.

김 할머니에게 며느리는 매일 아침 식사 후 시아버지의 녹차, 자신의 커피를 챙기는 대견스럽고 예쁜 복덩이다. 아들이 결혼 2년쯤 되었을 때 세상을 떠난 시아버지도 며느리를 참 예뻐했다.

며느리는 음식이면 음식 살림살이 어느 것 하나도 빈틈이 없다. 무엇이든 배우려고 하고 배운 것은 응용할 줄 안다. 한국 요리도 시어머니보다 더 잘하는 '한식 금손'이다. 이웃이 한국 사람이라고 착각할 때도 종종 있다.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는 돈 걱정하지 말고 건강 회복에만 집중하라고 격려하고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직접 간병을 했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할 만큼 고부관계는 남다르다. 고부는 늘 곁에서 응원하며 서로 힘이 된다. 모녀 같은 고부관계는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든 잘 살고 싶어서 일까지 하는 며느리. 처음에는 아이들 교육비를 모으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3교대 근무의 직장 생활에도 가족의 식사를 챙긴다. 때로는 며느리가 안쓰러워 맘이 짠하기도 한 시어머니와 달리 며느리는 일이 마냥 즐겁고 재미있다며 힘들면 언제든지 그만두겠다는 말로 시어머니를 안심시킨다.

이런 화목한 분위기에 손자와 손녀도 배려와 긍정적인 사고가 몸에 뱄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와 아빠를 따라 봉사활동도 다닌다. 연탄 배달, 반찬 배달, 벽화 그리기, 독거노인 정서 지원, 거리 청소, 수세미 뜨기 등 가족은 틈만 나면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남매는 제100회 어린이날을 맞아 자원봉사부문 유공어린이로 선정돼 지역신문에서 수여하는 상을 받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내 인생의 전성기는 며느리를 만나고 나서 시작됐다. 알콩달콩 정 나누며 살아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오래오래 살며 이 행복을 누리고 싶다"며 웃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준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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