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푸드카빙 마스터 ‘레 티프엉로안’씨의 손끝에서 피운 수박꽃

  •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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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0 22:05  |  발행일 2025-06-10
지난 1일 만난 레 티프엉로안씨가 영남일보 제호 로고가 새겨진 수박 공예 작품과 인삼에다 용을 조각한 용인삼주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지난 1일 만난 레 티프엉로안씨가 영남일보 제호 로고가 새겨진 수박 공예 작품과 인삼에다 용을 조각한 용인삼주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단단한 껍질 안에 숨겨져 있던 생명의 색을 조심스럽게 깎고 다듬는다. 그 안에는 정성과 기다림 그리고 마음을 전하는 손끝의 언어가 담겨 있다.


한 송이의 꽃을 완성하기까지 칼을 몇 번 들고 놓았는지 셀 수 없지만 그 모든 순간이 쌓여 누군가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탄생한다. 우리가 먹기만 하던 수박이 화려한 작품으로 예술이 되는 순간이다.


레 티프엉로안(30·대구 달서구)씨는 푸드카빙 마스터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다. 푸드카빙의 대표적인 재료는 수박, 멜론, 당근, 무, 사과, 키위, 파인애플 등이 있다.


레씨의 집에 들어서면 거실에 진열된 수많은 상장과 메달을 보고 놀란다. 인삼에다 용을 조각한 용인삼주를 보고 한 번 더 놀란다. 비늘 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용은 금방이라도 뚜껑을 박차고 승천할 것 같다. 수박공예 작품에는 영남일보 로고와 함께 '환영합니다'가 새겨진 장미꽃 속의 미인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레씨는 맛있는 과일이나 채소가 도화지로 느껴진다. 샤토 나이프 하나로 원하는 모양을 조각하기 때문이다. 주로 수박, 과일 데코레이션, 스티로폼, 아이스카빙, 비누, 호박, 채소 등을 재료로 활용하는 마스터 자격증 보유자다. 수박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려면 2~3시간 소요된다. 대작이거나 섬세한 작품들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작업에는 집중과 인내가 필요하다. 작은 실수도 허락되지 않는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박으로 평생 잊지 못할 기쁨과 감동을 전해주는 선물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조각한다. 그는 최근 수박 19개를 주문받은 에피소드를 전했다. 2일 동안 밤잠을 설치면서 작업을 했는데도 좋아하는 일이라 피곤하지 않고 즐거움과 재미가 쏠쏠하다는 후문이다.


레씨는 2020년 제17회 대한민국 향토식문화대전, 2020년 대한민국 푸드카빙명장배 카빙데코레이션 경연대회 '스피드스킬 개인라이브경연' 대상 수상, 2021년 제15회, 2022년 제 16회 서울시후원 '한국카빙미러경연대회' 대상 수상, 2024년 월드세프 그랑프리컵 코리아대회 푸드카빙(수박) 금메달, 용라이브 금메달 등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작은 대회에서 최고의 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베트남 방송에도 출연해 주목받고 있다.


레씨가 처음 공예를 시작한 것은 친정아버지의 영향이다. 아버지가 즐겨 하던 공예를 자주 보면서 성장했고 어느 날 과도로 수박 공예를 했던 것이 시작이다. 전문 지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취미였다. 수박이나 스티로폼을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스티로폼은 한번 작품을 만들면 장시간 보관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수박은 여러 가지 색을 연출할 수 있어 재미있고 기분 전환도 된다.


레씨는 남편 정상문씨와 결혼하면서 전문적으로 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박 공예를 과도로 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샤토 나이프를 구매하러 갔다가 매력에 빠져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그게 2019년 7월이다. 재능은 뛰어났다. 일사천리로 2급, 1급, 마스터 자격증까지 땄다. 직접 베트남에 함께 가서 인삼에 용 조각하는 기술을 배울 만큼 남편은 아낌없는 지원과 든든한 응원군이다.


레씨는 "평생교육원이나 다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하며 다문화 이주여성의 한국생활 정착에 활력을 주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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