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율하체육공원에 억새풀이 늦가을 바람에 일렁이고 있다. 강명주 시민기자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대구 동구 율하체육공원은 은빛 억새로 물들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풀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도심 속에서도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짙어진 하늘빛 아래, 햇살을 받은 억새는 금빛으로 반짝이며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율하체육공원은 평소 주민들의 산책과 운동 공간으로 널리 이용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맘때 이곳은 자연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명소로 변한다. 산책로를 따라 길게 펼쳐진 억새밭은 바람이 스치면 한순간에 살아 움직이듯 일렁이고, 그 바람 속에 묻어나는 가을 냄새는 시민들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주민 김모(58)씨는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억새를 볼 수 있으니 참 좋다"며 "잠시 걸어만 봐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공원 한쪽 벤치에선 어린아이가 억새를 손끝으로 만지며 웃음을 짓고, 그 곁에서 어르신들은 따스한 햇살 아래 이야기를 나눈다. 바람과 억새가 들려주는 계절의 속삭임이다.
억새는 흔히 들판이나 강가에서나 볼 수 있는 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율하체육공원에서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그 은빛 물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곳의 억새밭은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늦은 오후 햇살이 기울 무렵, 억새의 이삭들은 금빛으로 변하며 바람에 흔들린다. 그 순간 공원은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하나의 풍경화가 된다.
걷다 보면 잎사귀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그 자연의 소리가 너무 좋아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도심의 소음과 차 소리 사이에서도 그 바람의 소리는 오히려 마음을 맑게 한다. 도심 속에서 찾은 여유와 위로 가을의 끝자락, 붉게 물든 노을이 공원 위로 내려앉으면 억새풀은 또 다른 빛깔로 변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주민들 모두가 그 풍경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대구 동구 율하체육공원의 억새밭은 특별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시민들에게는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잠시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피로가 풀리고, 바람 한줄기에도 미소가 번진다. 억새 풀 사이로 부는 바람은 계절의 노래처럼 들려오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추억을 하나씩 쌓아간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