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시민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과연 우리를 대표할 사람을 선택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결과만 따르고 있는가.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저서 '민주주의의 불만'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시민의식의 상실'에서 찾는다. 그에게 민주주의란 단순히 투표 날 행사하는 한 표가 아니라, 동료 시민과 함께 공동체의 운명을 고민하고 공공선(善)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그는 경고한다. 시민들이 공적 참여를 포기하고 스스로를 정책의 '소비자'로만 생각할 때, 민주주의는 소수 권력자들, 그들만의 무대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이상의 좌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780년대, 미국 독립혁명의 열기가 채 식지 않았던 시절에도 그러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사치와 사리사욕의 물결에 공적 정신이 휩쓸려 사라졌다"고 탄식했다. 민주주의를 기초부터 세운 건국 세대조차 현실의 타협 앞에서 그 정신이 흔들릴 수 있음을 직시한 것이었다. 그의 탄식은 2026년 오늘 미국 정치와 우리 사회 현실을 깊이 관통하며 들려온다.
6월 지방선거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지역현장의 공기는 차갑기만 하다. 지역 주민의 의사는 간데없고, 중앙당 권력자들의 정략적 판단에 지역이 술렁인다. 특히 특정 정당이 장기간 지배하며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고착화된 대구·경북에서, 중앙당의 낙점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지역 민주주의를 옥죄는 결정타가 될 것인가.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심기 위한 사활을 건 계파 갈등과 공천 파행 속에서, 지역 유권자는 민주주의의 주인이 아닌 정해진 결과를 수용해야 하는 '수령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일방적 공천은 지역 정치를 고사시키고 지방자치의 뿌리를 뒤흔드는 행위일 뿐이다. 시민의 참여가 사라진 자리에 중앙당을 향해 줄을 대는 행렬만 난무하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시민을 들러리로 세운 채 소수 권력자가 좌우하는 지역 정치는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의 한 단면이다.
지방선거 때마다 '무용론'이 고개를 쳐든다. 단일 후보가 무투표 당선되거나 형식에 그치는 하나마나 한 선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선거란 모름지기 시민의 선택으로 삶과 지역 공동체가 달라지는 희망을 주어야 하건만, 지금 우리에겐 그 '시민적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정치 소비자로 전락하여 "내게 무엇을 줄 것인가"라는 단편적이고 이기적 요구에만 매몰될 때, 공동체를 지탱하던 도덕적 유대감과 사회적 충성심은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만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후보자가 공직에 오르기 전, 한 명의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엄중히 물어야 한다. 당의 기호나 중앙의 권력보다, 누가 진정으로 지역 시민들과 위기의 지역 공동체의 운명에 깊은 책임감을 갖고 일할 사람인지를 따져야 한다. 더 나아가, 시민 스스로도 정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공약이 아닌 삶의 궤적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성숙한 판단이 요구된다.
민주주의는 제도로 사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의 '공적 정신'으로 산다. 유권자 스스로 소비자의 가면을 벗고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일구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중앙당으로부터 지역의 주권을 되찾아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잃어버린 시민의 공적 삶을 다시 세우고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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