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2주 연속 일요일 저녁 술자리가 있었다. 지난 1월에 시행된 제15회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합격자 발표를 목전에 둔 로스쿨 제자들의 수고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역임하면서 등록과 징계 등 변호사 업무 전반에 남다른 경험을 하였다. 이 점을 높게 평가받아서인지 서울대와 연세대 로스쿨에서 변호사시험 필수 과목인 법조윤리를 강의하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 제자들과의 돈독한 만남은 뜻밖의 계기로 시작되었다. 서울대 로스쿨은 10명씩 한 조를 구성하는데, 학기 중간쯤 조장 중 한 명이 찾아와 조원들이 선배 법조인인 필자와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요청했다. 본래 적극적인 성격을 좋아하는데다가 지도교수가 있음에도 비전임 교원인 필자를 스승으로 깍듯이 예우하는 모습이 고마워서 만남을 이어왔다. 2학년에 올라가면서 만들어준 소중한 감사패는 지금도 사무실 책장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연세대 로스쿨 제자들과 만남도 특별했다. 연세대는 오래전부터 10명 내외로 한 팀을 구성하여 선후배들 간에 '멘토멘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직 판검사, 변호사 선배들과 로스쿨 재학생들의 애정과 존경이 어우러진 만남을 통하여 어쩌면 군대보다 더 외롭고 힘든 로스쿨 생활의 버팀목이 되도록 하고 있다. 어렵던 시절의 배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 수료 후 자신도 멘토가 되어 활동하거나 장학금을 기부하는 선한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 감사한 것은 제자 중 몇 명은 필자가 근무하는 로펌에 신입 변호사로 입사하여 스승과 제자에서 직장 선후배로 연결되는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법조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가 될 것이다. 어쩌다 먼저 태어나 선생(先生)이라는 직함을 얻었지만, 당대 최고의 인재들과의 교류에서 후생가외(後生可畏)를 느끼다가 이제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작은 노력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 농사에 대한 뿌듯함으로 남은 인생은 충분히 행복할 듯하다.
누군가와 만나 인연을 맺는다는 것을 확률로 계산해 본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최근 한 책과의 만남에서 찾았다. 놀라운 성과로 7년간 공중파 방송 사장을 역임한 전무후무한 기록의 주인공인 SBS 박정훈 전 대표이사께서 얼마 전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이라는 저서를 출간하였다.
이는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인데, 여러 가지 조건을 상정한 후 AI를 통해서 얻어낸 결론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느끼면서, "남의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교훈으로 삼자"는 인생의 좌우명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이 심히 우려스럽다. 언론은 주로 정치적 역학관계와 유가를 비롯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전망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가슴 아픈 것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인생에 있어 꽃도 피우지 못한 초등학생들이 오폭으로 일순간 저무는 전쟁의 잔혹함에 가슴이 미어진다.
종교적 아집이든, 경제적 탐욕이든, 정치적 야심이든 그 어떤 이유든지 간에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로 태어난 소중한 생명을 너무도 쉽게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개인적인 이기심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모든 자들이 천국에 들어갈 가능성을 태평양을 건너는 거북이 등에 낙엽이 떨어질 확률보다 훨씬 적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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