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찬의 구조동물 외과센터] 다친 길냥이들의 이야기

  •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 |
  • 입력 2026-03-30 21:10  |  수정 2026-04-01 10:46  |  발행일 2026-04-01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선생님, 얘 다리가 부러졌대요. 도와주세요."


병원 문이 열렸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을 것 같지만, 가방에 간식 하나쯤은 늘 들고 다닐 것 같은 사람이 이동장을 들고 서 있었다. 구조단체 활동가도 아니었다. 그저 길에서 다친 고양이를 지나치지 못한 사람이었다.


다른 병원에서 이미 진단을 받고 온 상태였다. 경골의 복합골절. 수술이 필요했지만 비용 앞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우리 병원을 찾게 되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고양이는 일주일 만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이었다. 그 아이는 더 이상 길 위에 살지 않게 되었고, 구조자는 고양이의 일상을 기록하는 유튜버가 되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퇴근길, 차도 한가운데 쓰러져 있던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 부부가 있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고, 큰 관심도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 아이는 천장관절 탈구와 대퇴골 성장판 골절을 가지고 있었다. 쉽지 않은 수술이었지만,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회복도 순조로웠다.


퇴원 시 움직임 제한을 안내했더니 종이박스로 공간을 나눠 고양이를 보호하던 부부가, 마지막 진료에서는 비싼 캣타워를 물어볼 만큼 달라져 있었다. 그 고양이는 이제 따뜻한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구조동물을 진료하다 보면 강아지가 훨씬 많다. 그동안은 단순히 고양이 구조가 적은 줄 알았다. 하지만 진료를 하다 보니, 고양이는 구조단체보다 우연히 마주친 개인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구조 의지는 있어도 실제로 이어질 여건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어떻게 치료로 이어갈 수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심하게 다친 고양이들은 더 그렇다. 보호소로 이송되더라도 치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비용과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그래서 길 위의 고양이들이 다쳤다면 치료할 수 있음에도 치료받지 못한 채 남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다친 채 버티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다. 누군가의 눈에 띄지만, 그 다음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멈춰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발견한 누군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작은 관심이 멈추지 않고,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친 길냥이들의 이야기가, 더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