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정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2026년 1월 21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성장전략 대전환을 "국정운영 순위와 자원을 재배치해 대한민국 성장 지도를 다시 그리는 시도"라고 규정하며 다섯 가지 국가 대전환을 제시했다. 그중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은 K-컬처를 미래 먹거리이자 외교 자산, 국가 브랜드를 견인하는 핵심 전략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K-콘텐츠 정책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구조 전환에 가깝다. 정부는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제시하며 문화재정 확대, 콘텐츠 R&D, 세제 지원,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산업 전반을 재편하려 한다. 특히 복합 아레나 공연장과 콘텐츠 집적단지는 창작·유통·소비가 연결되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 정책 방향은 지난 3월 20일 BTS의 광화문 공연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났다.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아리랑'을 전면에 내세운 공연은 약 190개국으로 송출되며 수천만 명의 시선을 끌어들였다. 해외 여행 검색량 증가와 도시 브랜드 상승은 콘텐츠 하나가 관광, 플랫폼, 경제를 동시에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K-콘텐츠가 더 이상 단순한 문화상품이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동력임을 입증한 사례다.
하지만 K-컬처의 미래는 이러한 초대형 이벤트에만 있지 않고, 오히려 그 토대는 지역에서 시작되는 작은 이야기들에 있다. 이 지점에서 지난 3월 25일 개봉한 독립영화 '열여덟 청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청주를 배경으로 한 청춘 성장 드라마로, 박수현 작가의 원작 소설 '열여덟, 너의 존재감'을 영화화한 것이다. 어일선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와 지역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작된 '지역 밀착형 콘텐츠'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사는 거대한 사건 대신 교실 안의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문제아 학생'과 '비전형적 교사'의 관계를 중심으로 갈등과 오해, 그리고 이해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전소민이 연기한 교사 '희주'는 기존 교사상과 달리 자유롭고 인간적인 인물로,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김도연이 맡은 '순정'은 불안정한 청춘의 내면을 상징하며 서사의 중심을 이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지역성의 서사화'다. 청주의 건축물과 색감, 공간의 분위기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이야기의 정서를 구성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이는 지역이 촬영지를 넘어 콘텐츠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작 방식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대형 투자 없이 민간 주도로 제작된 독립영화로, 약 10억 원 내외의 제작비로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디 상영과 온라인 확산을 통해 관객과 만나며 컬트 팬덤을 형성했고, 틱톡과 커뮤니티를 통한 바이럴은 OTT 시대에 적합한 확산 방식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 문화격차 해소'와 '청년·중소 제작자 지원'은 바로 이러한 콘텐츠를 겨냥한다. 지역 영상위원회 지원 확대, 제작비 지원, 배급 인프라 구축 등은 로컬 콘텐츠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다.
결국 K-콘텐츠 시장은 하나의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BTS의 광화문 공연이 '정점의 콘텐츠'라면, 열여덟 청춘은 '기저의 콘텐츠'다. 전자는 글로벌 팬덤과 자본을 기반으로 확장성을 만들고, 후자는 지역성과 공감을 통해 다양성을 축적한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300조 K-콘텐츠 시장은 대형 스타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이야기들이 축적되고, 그것이 산업 생태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BTS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를 통해 '확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열여덟 청춘과 같은 지역 콘텐츠를 통해 '다양성'을 축적하는 것.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룰 때, K-컬처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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