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교의 경영으로 읽는 세상 이야기] 대구의 선택, ‘관리자’냐 ‘전략가’냐

  • 서민교 대경미래혁신포럼 대표·대구대 전 총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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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7 13:23  |  발행일 2026-04-08
서민교 대경미래혁신포럼 대표·대구대 전 총장직무대행

서민교 대경미래혁신포럼 대표·대구대 전 총장직무대행

6·3 지방선거를 앞둔 대구 경제의 시계는 사실상 멈춰 서 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30년 넘게 전국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산업화를 견인했던 도시의 심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구조적 실패가 누적된 결과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동대구역에서 수도권행 열차에 오르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인재 유출은 활력 상실로, 투자 공백은 산업 노후화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도시의 생존 전략과 미래 지도를 다시 설계하는 선택이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행정 잘하는 관리자형 시장'에 안주해 왔다. 효율적 예산 집행과 민원 처리, 갈등 조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관리 중심 행정만으로 쇠락의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절차에 능숙한 관리자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재설계하고 실행할 '전략가형 리더십'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가는 구호만을 외치는 인물이 아니다. 기업을 유치하고,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며, 민간 자본의 흐름을 실제로 움직여 본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도시의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고,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을 하나의 유기적 네트워크로 묶어내며, 투자와 혁신이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천수답 행정'에서 벗어나, 시장이 먼저 반응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요구되는 리더십의 본질이다.


로봇,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미래 모빌리티, 반도체, 헬스케어도 선언만으로는 뿌리내리지 않는다. 규제 특구 확대, 세제 인센티브, 산학연 클러스터, 창업 스케일업 지원 등 실행 장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경북과의 연계를 통해 더 큰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광역적 시야도 요구된다. 경쟁은 더 이상 개별 도시 단위에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점진적 쇠락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인가. 과거 '러스트 벨트'의 상징이었던 피츠버그가 철강업 붕괴 이후 카네기 멜런 대학교를 중심으로 로봇과 바이오산업 도시로 재도약한 사례는, 전략적 선택이 도시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대구를 다시 뛰게 할 것인지, 멈춘 시간을 겨우 연장할 것인지 그 책임은 결국 우리 모두가 감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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