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립대는 등록금을 남겨 적립하지 않는다

  • 남정섭 영남대 교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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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06 21:43  |  수정 2026-10-06 21:55  |  발행일 2026-10-07
남정섭 영남대교수회 사무국장

남정섭 영남대교수회 사무국장

사립대 등록금 인상이나 국가 재정 지원을 논할 때면 "쌓아 둔 돈부터 쓰라"는 반론이 나온다. 그러나 적립금이 있다고 사립대학에 여윳돈이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2025 회계연도 기준 일반대 143개와 전문대 117개, 총 260개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12조2천358억 원이다. 얼핏 큰 액수 같지만, 대학당 평균은 470억 원으로, 사립대 1년 평균 예산 1천35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큰 사립대 1년 예산의 1/5 수준이다.


2026년 사립대 교비회계 예산 총액 26조9천328억 원의 절반이 안 된다. 다른 수입 없이 적립금만 인건비와 운영비에 쓰면 1학기 만에 바닥날 수 있다. 적립금 총액이 크다는 인상과 대학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더구나 적립금 대부분은 장학·건축·연구·퇴직 등 목적이 정해진 기금으로, 인건비나 운영비에 임의로 돌릴 수 없다. 적립금은 대학 재정의 건전성과 교육의 질적 연속성을 위한 미래 대응 자금이다. 물가와 감가상각비가 오르고 시설 보수비도 드는데, 적립금이 있다는 이유로 운영 재원인 등록금을 계속 동결할 수는 없다.


등록금을 남겨 적립한다는 주장도 재원의 성격을 혼동한 것이다. 등록금에서 적립할 수 있는 돈은 해당 연도 건물 감가상각비에 해당하는 금액뿐이다. 이는 낡아 가는 시설의 보수·교체에 대비하는 돈이지 남은 등록금이 아니다. 장학·연구·퇴직 적립금은 기부금·임대료 등 비등록금 재원으로만 조성한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사립대 인건비와 운영비는 이미 등록금 수입의 106.3%였다. 남겨 쌓을 등록금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국립대에도 기금이 있다. 발전 기금은 서울대 7천558억 원, 부산대 474억 원 등이다. 서울대는 2021년부터 적립금도 쌓을 수 있게 됐고, 2023년 기준 719억 원도 적립했다. 그렇다고 국립대 국고지원을 줄이자고 하지는 않는다. 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데 기금과 국가 지원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국립대 지원은 늘리고 새 지원 항목도 만들면서 사립대에는 적립금을 들어 등록금 인상과 국가 지원을 모두 막는다면 이는 명백한 이중 잣대다.


문제는 그 피해가 학생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사립대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80%를 담당한다. 그런데 2026년 등록금을 제외한 순수 1인당 교육비는 국공립대 2천244.1만 원, 사립대 1천063.8만 원으로 1천180.3만 원 차이가 난다. 사립대 학생도 국민이며 사립대 교육도 국가 인재 양성의 큰 부분이다. 적립금이 있다는 이유로 이 격차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설립 주체가 학생이 누릴 교육 기회의 차이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입학 자원은 10년 뒤인 2036년, 2017년 출생아 수 기준으로 올해보다 14만 명 줄어든다. 이는 입학 정원 2천명인 대학 70개에 신입생이 사라지는 규모다. 수도권 대학보다 적립금이 월등히 적은, 1천억 원대 적립금을 가진 지방사립대가 지금 미래 자금을 소진할 수 없는 이유다. 등록금 수입이 급감할 5년 뒤, 10년 뒤 교육은 어떻게 이어 갈 것인가.


260개 대학의 적립금 총액만으로 사립대 등록금 인상과 국가 재정 지원을 막아서는 안 된다. 대학 교육의 20%를 담당하는 국립대의 미래 기금은 인정하면서 80%를 책임지는 사립대의 미래 대비를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는 학생의 교육여건과 지역대학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지킬 재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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