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크리에이티브파크에서 열린 '피지컬 AI 챌린지(PAC 2026)' 식전 특별강연에서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 교수가 'When Intelligence Gets a Body: Humanoids and the Rise of Physical Intelligence(지능이 몸을 얻을 때: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인텔리전스의 부상)'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세영 수습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온라인을 넘어 현실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판단해 움직이는 '피지컬 AI'가 차세대 기술패권 핵심 승부처로 떠오르면서다. 그 중심에는 인간처럼 걷고 뛰며 생각하는 휴머노이드가 있다. 휴머노이드를 논할 때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국제 로봇축구대회 '로보컵' 여섯 차례 우승, 다윈·아르테미스 로봇 오픈소스 공개, 넷플릭스 영화 'The Electric State'의 주인공 로봇 '코즈모' 설계 등 휴머노이드의 결정적 순간마다 그가 있었다. 지난 9일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파크에서 개막한 '피지컬 AI 챌린지(PAC 2026)' 특별강연자 자격으로 대구를 찾은 그를 취재진이 어렵게 만났다. 대구경북이 국내 첫 로봇 국가첨단전략 특화단지에 선정된 이때, 홍 교수에게 피지컬 AI가 가져올 변화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를 들어봤다.
▶피지컬 AI는 어디까지 왔고, 무엇이 남았나.
"피지컬 AI라는 말이 널리 쓰이지만, 이제 시작 단계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놀라운 로봇 시연들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로봇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디지털 세계 안에서만 작동하지만, 피지컬 AI는 실제 물리세계를 인식·판단하고, 몸을 움직여 세상과 상호작용한다. 여기에는 불확실성이 훨씬 많다. 바닥의 상태나 물체의 위치·마찰력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가 달라진다. 멋진 데모를 만드는 것과 실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장에선 열 번 중 아홉 번 성공하는 로봇이 아니라 수천·수만번을 반복해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로봇이 필요하다. 성능뿐 아니라 안정성·신뢰성·비용·유지보수까지 모두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바로 이 간극에 기회가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가장 멋진 로봇 데모를 보여주냐보다, 누가 AI를 실제 물리 세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만들어내냐의 경쟁이 될 것이다."
▶챗GPT 이후 언어모델은 빠르게 발전한 반면, 로봇은 그만큼 빨라지지 않았다.
"가장 큰 차이는 AI가 존재하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챗GPT는 디지털 세계에 있지만, 로봇은 물리 세계에 있다. 언어모델은 인터넷에 이미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존재했고, 그것을 이용해 빠르게 학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봇의 데이터는 직접 현실 세계에서 몸을 움직이고, 물체를 만지며, 실패하면서 얻는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로봇마다 몸과 환경도 다르다. 특히 시행착오의 비용 차가 크다. 챗GPT가 잘못된 답을 하면 다시 질문하면 되지만, 로봇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물건을 부수거나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물리 세계에서는 마음껏 실패하며 학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피지컬 AI의 발전은 챗GPT처럼 어느 날 소프트웨어 하나의 등장으로 세상이 바뀌는 모습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9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크리에이티브파크에서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 교수가 대구·경북 피지컬 AI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세영 수습기자
▶휴머노이드에 투자가 몰린다. 휴머노이드가 로봇의 정답인가.
"'왜 휴머노이드여야 하는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서 일해야 한다면 인간의 형태는 분명 장점이 있다.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를 쓰고,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려면 두 팔, 두 다리, 사람과 비슷한 크기를 갖는 게 유리하다. 환경을 로봇에 맞게 바꾸지 않아도 돼서다. 하지만, 공장은 다르다. 공장은 이미 자동화를 위해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공간이다. 특정 작업만 놓고 보면 두 다리로 걷는 휴머노이드보다 바퀴 달린 로봇이나 고정형 로봇팔, 혹은 그 작업을 위해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형태가 더 빠르고 싸며 안전할 수 있다. 사람처럼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휴머노이드가 정답이 돼선 안 된다. 물론 휴머노이드 기술에 대한 지금의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보행·손·액추에이터·센싱·제어와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그 기술들은 휴머노이드가 아닌 다른 로봇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다만 미래의 로봇이 모두 사람처럼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지컬 AI가 발전할수록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훨씬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대구경북의 로봇 잠재력에 대해 평가한다면.
"잠재력은 충분하다. 다만, '휴머노이드 전주기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막연한 목표보다 대구·경북만이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야 한다. 휴머노이드 한 대에는 모터와 감속기, 센서, 전력전자, 배터리, 정밀기계부품, 소재 등 수많은 기술이 들어간다. 여기에 손과 촉각센서, 새로운 액추에이터처럼 아직 세계적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기술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분야는 제조업과 부품·소재산업의 기반이 강한 대구경북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모든 것을 지역 안에서 만들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대구경북에서 휴머노이드를 만든다'가 아니라 '이 기술만큼은 대구경북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드는 것이다. 완성된 로봇 한 대를 보여주는 것보다 세계의 수많은 로봇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 하나를 갖는 게 산업적으로는 훨씬 큰 성공일 수도 있다."
9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크리에이티브파크에서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 교수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세영 수습기자
▶피지컬 AI에서 현장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먼저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를 정해야 한다. 피지컬 AI에서 데이터는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로봇이 부품을 집는 작업에서 계속 실패한다면, 단순히 카메라 영상을 많이 저장하는 것보다 언제·어떤 조건에서 실패했는지 알아야 한다. 물체의 위치와 자세, 조명, 힘과 토크, 로봇의 상태, 작업 결과 등이 서로 연결돼야 의미 있는 데이터가 된다. 처음부터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구조화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해결하고 싶은 한두 개 작업을 정하고, 그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의한 후 작은 규모로 수집·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되고 데이터의 구조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성공 데이터만 모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피지컬 AI에서는 로봇이 언제, 왜 실패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데이터다. 로봇은 실패하면서 배우고, 우리는 그 실패를 이해하면서 더 좋은 모델을 만든다. 결국 데이터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어떤 물리적 상황에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거대한 AI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 하나를 선택 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쌓기 시작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대구는 'AI 첨단로봇 수도'를 꿈꾼다. 조언이 있다면.
"로봇 산업 전반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기관과 예산, 시설만으로 생태계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이 산업이 되려면 결국 실제로 그것을 필요로 하고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 과제가 끝났을 때 성공적인 시제품 하나가 남는 것과 고객이 계속 구매하는 제품·기업이 남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지원의 목표도 '몇 개의 과제를 수행했는가' 수준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실제 공장에 들어가서 사용되고 있는가' '고객이 다시 구매하는가' '다른 기업에도 판매되는가' 등 새로운 기업과 인재가 들어오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뛰어난 연구자와 엔지니어가 창업하고 싶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모이면 기술이 생기고, 기술이 생기면 기업과 자본도 따라온다. 기관과 테스트필드 등은 그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목표가 돼선 안 된다. 결국 성공의 척도는 얼마나 큰 시설을 유치·구축했느냐가 아니라, 그 시설을 통해 얼마나 많은 기술과 기업·사람이 성장했느냐다."
이승엽
대구시청 경제부서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듣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