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미국 가정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스포츠나 캠핑 등 가족 야외활동을 많이 한다. 야외활동을 통해 가족 구성원 모두 서로에게 필요한 팀의식을 느끼게 된다. |
미국 어린이들은 매우 자유분방하고 버릇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세계 어느 가정보다 어릴 때부터 철저한 밥상머리교육을 받고 자란다. 미국의 중산층 가정은 매우 엄격하게 아이들을 키운다. 미국 부모들은 인성교육은 부모의 몫이고 학교는 지식을 전파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분명하다. 때문에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 시기까지 자녀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아무리 바빠도 자녀의 학교참관 수업은 빼먹지 않고, 자녀의 주말 스포츠 경기는 온 가족이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자녀와 어릴 때부터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가족 팀워크’를 탄탄히 다지는 게 미국 밥상머리교육의 특징이다.
자녀 학교수업엔 반드시 참관
저녁 같이 먹으면서 생생 교육
이웃에 인사 등 공동체삶 강조
“인성교육은 부모들의 몫” 인식
합리적 대화로 문제 해결 생활화
자녀 진학·진로 큰 갈등 안생겨
◆ 책 읽어주고 자장가 들려줘
미국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부모와 떨어져 잔다. 그 공포감과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미국 부모들은 아이가 잠들기 전 성경이나 동화책을 읽어주고, 잠들 무렵엔 자장가를 불러준다. 말귀도 알아듣기 전부터 부모는 책 읽기와 자장가 들려주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습관화된 책 읽어주기는 글을 읽을 줄 알게 된 후에도 계속된다고 하니 부모의 정성이 여간이 아니다.
아이가 글을 몰라도 부모가 손가락으로 책을 짚어줘가며 읽어준 보람은 자녀가 성장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미국 자녀들은 어릴 적부터 독서량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릴 적 부모의 책 읽어주기가 그 밑거름이 된 것이다. 미국 어린이들은 유아기나 초등학교 때 독서를 통해 문학에 노출되도록 하는데, 부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 밥상머리 대화
본격적인 밥상머리교육은 5~6세 때부터 시작된다. 기본적인 식사예절에서부터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말 하기 등을 하나하나씩 익혀나간다. 미국 가정은 가사를 분담하는 것이 생활화돼 있는데 어린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간단한 식탁 정리나 수저 놓기, 물컵 갖다놓기, 자기가 먹은 밥그릇 치우기 등으로 시작해 나이가 들면서 역할 비중이 점점 늘어난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고, 아이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것은 맞지만, 어릴 때부터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부여받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을 중시한다. 나이가 들면서 요리나 청소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게 한다.
미국도 주로 저녁식사 시간에 가족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가족이 모여 그날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단계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이웃 사람에게 인사 잘하고, 공중예절을 지키며,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실하게 살아갈 것을 교육한다.
미국 가정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자녀가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쓰거나,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절대 들어주지 않는다. 사리분별에 맞지 않는 요구나 행동은 아이라고 고려해 주는 법이 없다. 오히려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은 매우 엄하게 다룬다. 체벌은 없어졌지만 구석에 서있게 하거나 자기 방에 들어가 나오지 말 것, 밖으로 내쫓기 등의 벌을 준다. 식사시간에 이유 없이 늦을 경우 밥을 차려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아이가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구체적인 요구를 할 경우 부모가 생각이 달라도 자녀의 의견을 수용하는 사례가 많다. 자녀의 합리적인 결정을 존중해주는 것이며, 부모가 잘못 판단할 경우 자녀에게 분명히 사과하는 것 또한 미국의 문화다. 부모 자식 간에 서로의 바람이나 생각이 다를 때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관행을 아주 어릴 적부터 훈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 집 밖에서도 함께하는 부모
미국 부모들은 자주 학교를 찾는다. 미국 학교에는 부모교사협의회(Parents Teacher Association)가 있어 정기적으로 부모들이 학교를 찾고, 자녀상담 등을 위해 수시로 교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자녀 일이라면 직장에서도 시간 내기가 쉽다. 근무 중이라도 불가피성이 확인되면 조퇴나 외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자녀들의 스포츠나 음악, 미술 등 취미활동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대부분 부모들이 자녀를 데려다주고 끝나면 함께 집으로 온다. TV나 영화에서처럼 자녀가 주말리그에서 스포츠 경기를 하면 만사 제쳐두고 온 가족이 응원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캠핑, 음악활동 등 주말에 가족과 함께 공동의 취미를 갖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이 미국 가정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들은 스포츠 팀처럼 가족도 서로가 팀원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 서로 존중하고 필요한 존재이며, 문제가 생기면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 끝까지 해라
어릴 때부터 가족 간에 대화가 많은 가정은 자녀의 진로나 직업 등에 대해 큰 갈등이 없다. 부모는 자녀가 어떤 능력이 있고, 뭘 좋아하는지 쭉 지켜봤기 때문에 성장하면 진로나 진학 문제에 큰 갈등이 없다고 한다. 설사 자녀가 부모 뜻과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반면 부모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녀가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꾸준히 노력하지 않고 중도에 그만두는 것이다. 잦은 선택과 중도포기는 미국 부모들이 가장 싫어하고 우려하는 현상이다.
미국 부모들이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독립심이다. 부모 슬하를 떠날 때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자기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자아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 도움말=크레그 가드너(65·영남대 문과대학 영어영문학부 교수), 제임스 케이언즈(52·대구한의대 외국어학부 TESOL 교육대학원 TESOL 교수), 리 스매더스(39·계명대 사진미디어전공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