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라 트라비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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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5  |  수정 2018-10-25 07:51  |  발행일 2018-10-25 제22면
[문화산책] 라 트라비아타
마혜선<성악가>

여고 2학년 가을날에 관람한 한 편의 오페라는 나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성악 전공을 반대하는 아버지도 두렵지 않았고 단식투쟁을 해도 배고프지 않았다. 그렇게 나를 흥분시켰던 작품은 바로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무대는 초라하기 그지없었고 무대장치들은 위험천만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 무대는 나에게 꿈과 이상이 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내가 만난 최초의 오페라이기도 하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작품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공연되면서 ‘라 트라비아타’는 어느새 일반 관객에게도 친숙하고도 인기 있는 작품이 됐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목록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데다 ‘축배의 노래’ 등 귀에 익숙한 아리아들이 줄줄이 이어져서 오페라 입문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오페라를 제작하는 단체들은 뻔한 무대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으로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도 대한민국오페라 70주년을 기념해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으로 1948년 당시 ‘춘희’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오페라의 시작을 알린 ‘라 트라비아타’를 올렸고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한·중·일 합작으로 중국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수장 리 신차오가 지휘를, 일본 연출가 히로키 이하라가 연출을 맡았다. 정통 유럽 오페라를 동양의 예술가들이 어떤 색채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향락과 유흥에 젖어 살던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진정한 사랑과 연인을 위한 자기희생을 담고 있는 비극 오페라다. 무대는 비올레타의 영혼이 일어나서 슬퍼하는 알프레도와 제르몽을 바라보다 음악을 따라 파티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색다른 연출로 극은 비올레타의 죽음으로 시작하고 그녀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음악의 위대함으로 우리는 시대를 거슬러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오페라는 종합무대예술로서 음악을 기반으로 합창·연극·무용·건축·조명·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꿈을 실현하는 무대와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오페라는 음악적 감동과 더불어 시대를 반영하고 대변해주는 사회적 역할도 함께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꿈을 꾸는 예술가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되고, 훌륭한 예술관광 상품으로 경제성장의 한 축도 될 것이다. 예술가들의 노력과 더불어 시민의 끊임없는 관심이 지속돼야 한다. 내년에 있을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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