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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아정 <연출가> |
얼마 전부터 내가 연출하는 연극 ‘오백에 삼십’에서 저소득층 주거복지를 위한 좌석기부를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인 연극계에서 기부를 한다는 소식에 오히려 기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변에서 말이 많았다. 맞는 말이지만 작은 것을 나누는 보람과 처음에 마음 먹었던 것을 실천한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이 매우 컸다.
요즘은 기본적인 주거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정부에서 내놓은 행복주택 사업들도 아주 좋은 정책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혼부부를 지원하는 정책이 많았는데 미혼인 나는 그림의 떡인 정책들이 대부분이었다. 문득 행복주택은 행복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나, 이 각박한 세상에서 그래도 반쪽을 만나 생의 반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겠노라 맹세한 이들만 누릴 수 있는 정책인가, 승자들만을 위한 정책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싱글들이 패자라는 논리는 아니다. ‘일 하느라 연애도 못하고 눈만 높아져 혼기를 놓친 사람들이나 연애가 서툴러 솔로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유치한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결과물이지 해결책은 아니지 않나 하고 말이다.
저출산과 비혼족이 큰 문제라고 말들 하지만 정작 무엇이 먼저인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사랑이 아닐까. 사랑을 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것이 아닌가. 어쩌면 취업보다 사랑이 훨씬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취업은 목표를 잡고 해야 할 일들이 정확하게 보이는 일이라면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아닌가.
모든 사회 문제에서 다루지 않는 가장 중요한 정책은 사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치원 비리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고 저출산 문제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 달 전 택시 안에서 후배에게 나의 이런 개똥철학을 뜨겁게 토로한 적이 있었다.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택시 기사가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얘기 잘 들었습니다”라고 해서 부끄러움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며 택시를 떠나보냈다. 이제 사랑하는 방법도 잊은 지 오래다. 사람 때문에 심장이 뜨거워졌던 때가 언제였던가. 정부는 사랑할 수 있게 사랑 받을 수 있게 결혼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내 주위에도 마흔을 훌쩍 넘은 싱글들이 아주 많다. 그들은 말한다. 결혼하고 싶은데 사람이 없다라고. 아니, 사랑이 없는 거다. 사랑을 하자. 그래서 외로운 모든 솔로들이 신혼부부가 되어서 행복주택에 들어 갈 수 있게 말이다. 언제나 사랑이 먼저다. 박아정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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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사랑이 먼저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11/20181102.01016074550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