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구미술관과 대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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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5  |  수정 2018-11-05 08:16  |  발행일 2018-11-05 제22면
[문화산책] 대구미술관과 대구작가

큐레이터는 전통적으로는 미술관이나 갤러리 혹은 미술기관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어원은 라틴어 ‘쿠라(cura)’에서 나왔다. ‘쿠라’는 ‘돌보다’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큐레이터는 작품에 신경 쓰고 주위 작가들을 돌보고 미술계 전반에 벌어지는 모든 일에 두루두루 주위 깊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사람이다. 비평가는 그리스어 ‘크리네인(krinein)’에서 나왔다. ‘크리네인’은 ‘쪼개다’ ‘분리시키다’는 뜻을 갖고 있다. 비평가는 무언가 대상을 깨부수어 분류하고 분석하는 사람들이다. 하나의 작품에 대해서도 깨부수지만 특정 집단과 예술 사조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분석하는 사람이다.

나는 큐레이터와 비평가 사이에 어디에 있을까 언제나 고민했다. 큐레이터는 모든 것을 보살펴야 하는 사람이니 고되고, 비평가는 더 날카롭게 칼을 갈아야 하니 마음이 아프다. 둘 다 힘들고 보람 있는 일이지만 큐레이터에 마음이 더 간다. 아직 모르는 수많은 작가와 대화가 기다리고 있으며 만들어야 할 전시회가 마음속에 그려져 설레기 때문이다. 살면서 힘들 때마다 작가를 생각하고 그들의 작품을 즐겁게 감상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다시 조명시켜야 하는 작가들이 빗살처럼 빽빽하게 많고 연구해야 할 작가도 적지 않다. 대구미술관이 글로벌 미술관의 방향성에도 맞아야 하며 대구 지역 작가들을 세계화시키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가능하다.

세계 주요 미술관의 과거 10년간의 전시회를 분석하면 글로벌 이슈들이 보인다. 그것을 분석해보면 주로 모더니즘에 대한 재해석, 과거 유파와 자국 작가들에 대한 재평가, 서구 담론 부재 현상에 대한 시간 벌기로서의 중동·남미 및 아시아 미술의 조망, 학문과 장르 간의 화합, 대중과 엘리트 미술 사이의 극복 등으로 좁혀진다. 미술관들은 이 중에서 두 번째 부분에 집중적으로 신경 쓴다. 자국 출신 예술가를 돋보이게 하려고 부단히 애쓴다. 특히 자기 지역 출신이라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대구에 내려와서 대구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 수준이 세계적이어서 놀라웠다. 기교는 당연하고 세계를 읽는 눈이 정교하게 구비돼 있었다. 글로벌 작가들을 초대하는 일도 좋지만, 대구미술관에서 연례적으로 대구 작가들을 조명하는 일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라’와 ‘크리네인’을 절묘하게 구비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대구에는 이 지면에서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작가들이 즐비하다.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자 한다. 우리가 진심으로 마음을 가다듬을 테니 대구 작가들도 묵묵히 본연의 길을 가 주셨으면 한다.

이진명 (대구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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