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낮은 담, 열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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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7  |  수정 2018-11-07 07:55  |  발행일 2018-11-07 제23면
[문화산책] 낮은 담, 열린 공간

2014년 3월부터 현재까지 소년원과 교도소에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업해왔다. 미술수업에 참여하는 소년원 친구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미술수업에 참여하고 퇴원한다. 10대 친구들의 특수성을 생각해 자신의 삶과 주변의 이야기 등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주제를 선택해 다양한 재료와 파트로 수업을 구성한다. 미술수업에서 친구들은 담임선생님도 놀라고 기특해 할 만큼 진지하게 참여하고 그 성과물들도 칭찬할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답을 요구하는 일반과목보다 미술이라는 활동을 통해 참여하는 친구들이 성공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참여 선생님들은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형태감 등 테크닉이 뛰어난 친구들은 그대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타나면 독창성을 인정하면 수업의 몰입도는 점점 높아진다. 게다가 각자 자신의 작품이 서서히 완성되어 눈앞에 나타나면 밀려오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친구들은 창작활동을 통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경험을 맛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년원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부모님은 형식적인 결손가정보다는 자녀들에게 부모의 역할을 다해주지 못한 기능적 결손가정이 많다. 따라서 아이들은 가치관과 인성이 아직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정상적인 가정교육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된다. 어른들이 돈벌이로 만든 자극적인 영상이나 각종 폭력에 거름장치 없이 노출되어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과 범죄에 쉽게 휩쓸리게 된다. 반사회적 성향과 공격성, 우울증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한해에 25명 정도의 소년원생들이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친구들은 “미술을 어렵게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재미있어요”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좋아요” “예전에 그림을 조금 배우긴 했는데 소년원 퇴원하면 미대 준비를 해볼까 해요”라고 이야기한다. 친구들에게 “그래, 다행이다. 나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생활해. 미술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언제든 선생님께 연락하고. 그리고 문화공간으로 오고 싶으면 또 언제든 와, 소년원에서 다시 만나지는 말자”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몇 달 전 대명동에 작은 열린 공간을 마련했다. 대구청소년 회복센터 친구들이 주 1회 이 공간에서 미술수업을 하고 있고 창원에 있는 청소년 회복센터에는 직접 찾아가서 수업을 한다. 전문화가의 개인전에서부터 동호회까지 벽을 쌓지 않고 작품 전시를 진행하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문화예술은 다양한 색깔과 형태, 크고 작은 목소리를 존중하고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이 작은 공간이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가진 자이든 그렇지 않든, 건강하거나 아프거나 누구나 와서 작품 한 편 감상하고 그림 한 장 그려 볼 수 있는 담이 낮은 곳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경 (아트앤허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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