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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민<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 |
우리는 서로 다른 높이의 두 음이 동시에 울릴 때 각 음의 진동수가 간단한 정수비에 가까울수록 조화롭다고 느낀다. 두 음이 가지는 높이의 상호적인 거리를 음정이라 하고 가장 완전히 융합되는 음정인 1도, 4도, 5도, 8도를 완전음정이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옥타브(완전8도, 2:1)를 비롯한 완전5도(3:2), 완전4도(4:3)의 비율을 최초로 발견했고 음계를 구성할 수 있는 음악의 기초이론을 정립했다.
완전음정의 진동수비는 정수 4 이하의 비율만을 허용한다. 수(數)를 만물의 근원이라 여겼던 피타고라스에 의하면 1은 점, 2는 선, 3은 면, 4는 공간의 최소단위를 의미하며, 이 네 가지의 숫자는 세상의 모든 형태를 규정할 수 있다. 또한 이 네 숫자를 세로방향으로 정렬하면 얻을 수 있는 정삼각형의 모양은 기하학에서 가장 이상적인 도형으로 기독교의 교리에 등장하는 삼위일체를 상징하며, 이 숫자를 모두 더하면 우주를 나타내는 완전하고 성스러운 수 10이 만들어진다. 그밖에도 물질의 근원을 이루는 4원소(물, 불, 흙, 공기), 동서남북의 4방향, 한 해를 순환하는 4계절 등 여러 사실과 이론에 입각해 완전음정으로서의 전제조건은 더욱 타당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문제는 완전음정의 비율을 기준으로 건반악기를 조율하면 옥타브 내의 음정간격이 동일하지 못해 조옮김이 필요한 악곡을 연주하거나 다른 악기들과의 합주가 필요한 경우 치명적인 불협화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교회선법을 대신해 조성음악이 자리를 잡고 다성음악과 기악곡이 현저히 발달하던 17세기의 바로크시대에 접어들며 점차 심화되기 시작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해결책은 한 옥타브 내의 모든 반음을 동일한 간격으로 배분하는 평균율을 사용하는 것이었고, 이 방법을 사용하면 옥타브를 제외한 모든 음정의 진동수가 정수비를 이룰 수 없게 되어 다소간의 불협화를 발생시키게 되지만 모든 조성과 화음에서 균등한 울림을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체의 완전함을 포기해 비로소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완전함에서 벗어난 각 음정들의 미세한 오차범위는 바흐가 장단조의 모든 조성을 사용해 작곡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서 보여주었듯 불협화라 느낄 정도의 불편함을 야기하지 않으니 합리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평균율이라는 실용적 기준은 음정간의 균형과 음향의 조화를 가져왔고 그동안의 한계에서 탈피해 작곡형식에 자유로움을 부여했으며 이는 서양음악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어졌다.
물론 모든 음악에서 평균율이 가장 적합한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때로는 강한 개성과 자기주장이 필요한 순간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은 배려와 양보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균형과 조화는 참으로 값진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는가.
유재민<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
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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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균형과 조화](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7/20190705.01016074847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