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인정 욕구에서 물러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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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1  |  수정 2019-07-11 07:47  |  발행일 2019-07-11 제23면
[문화산책] 인정 욕구에서 물러서기

“오직 음악에만 진솔하게 다가갔을 때, 청중을 열광으로 몰아넣지는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에 예민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은 당신의 진정성을 느끼고 감동할 것이다. 감동을 주는 것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단지 청중의 반응을 얻기 위해 쓴 작품이 아닌, 참된 음악만 고수하라는 이야기다.” <‘젊은 음악가를 위한 슈만의 조언’ 중>

몇 주 전 귀국 후 세 번째 독창회를 가졌다. 제목은 ‘All about Mezzo’. ‘메조소프라노 노래 중 아는 노래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아마도 나오는 대답 1번이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하바네라(Habanera)’일 것이다. 노래 실력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하는 곡이다. 완성도 있게 무대에서 표현하기가 쉽진 않지만, 오페라가 워낙 유명해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메조소프라노의 레퍼토리다. 하지만 이 노래 말고도 좋은 노래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며 하바네라를 놓고 고민하다가 이번 독창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다른 무엇을 들려주면 좋을까.

한국 무대에서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유명한 몇몇 노래들이 자주 불리는 경향이 있어서 곡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하다. 그래서 다른 노래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터라 나뿐만 아니라 청중도 그러하리라 생각하고, 생소하고 잘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묻혀 있어야 하는 곡을 선보이고 싶었다. 이번 독창회를 통해 ‘메조소프라노의 다른 좋은 노래들도 많답니다’ 하고 알려주고 싶었다. 클래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지루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관객들의 지루함은 내가 짊어지고 가겠노라’ 하는 마음으로 숨어있는 노래들을 고르려고 애썼다.

독창회에 잘 모르는 노래 몇 개 부른다고 호들갑이냐 할 분도 계실 테지만, 우리 일은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직업이다. 고로 관객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큰 힘이 된다. 그래서 기본을 생각하자며 수없이 맘 속으로 되새기지만, 결국 현실은 박수가 많이 나올 만한 노래로 타협하는 일이 허다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박수갈채와 환호가 나의 ‘우상’이 되어가진 않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무대에 서고 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금, 그 기본이라는 것은 테크닉을 닦는 일뿐만이 아닌,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안다.

이 독창회를 통해 조금은 변질되어 버린 것 같은 나에게 다시 음악가의 기본을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독창회의 결과는 나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청중 또한 나와 생각이 같았구나 하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수와 환호에 대한 욕심을 접고 기본에 충실하려는 진심은 청중도 감동시켰다.

백민아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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