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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아<성악가> |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이탈리아는 한 번 이상 다녀 온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지고,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타는 식의, 유명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루트가 일반적이다. 이탈리아는 여행의 대표국가인 만큼 큰 도시들이 주는 감동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그곳의 작은 도시들이 주는 아기자기함의 매력은 가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토스카나 지방의 소도시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푸치니의 고향 ‘루카’와 캄포 광장이 너무 멋있었던 ‘시에나’, 그리고 지금 소개할 ‘아레초’가 특히 그렇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줄리 앤드루스가 부르는 유명한 노래 ‘도레미 송’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음악 수업에서 우리는 자주 계이름으로 악보 읽기를 했다. 음악 교육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과정이다. 나도 그렇게 배웠고, 지금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는 이 계이름. 어떻게 전 세계가 같은 계이름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해 해본 적은 없는가. 어릴 때 어린이 영어전집의 카세트 테이프에서 나오는 ‘도레미 송’을 들으며 ‘도, 레, 미, 파, 솔, 라, 시’가 영어인 줄로만 알고 자랐다.
하지만 이 계이름은 이탈리아 수도사이며 음악 이론가인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 아레초의 귀도)에 의해 탄생되었다. 귀도는 아레초 태생은 아니지만 아레초에서 최고의 업적을 쌓았고, 음악사적으로 중세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이므로 성(姓) 대신 지방 이름을 따서 이렇게 불린다. 어쩌면 ‘도레미 송’은 알프스 산이 아니라 아레초의 그란데 광장에서 울려 퍼졌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레초에 또 한 명의 귀도가 있었으니, 바로 아레초 출신의 배우이자 영화감독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이 영화를 촬영한 장소가 아레초인 것을 감안하면, 아마 모르긴 해도 베니니 감독이 주인공 이름을 귀도라고 지은 것은 아레초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인 귀도 다레초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화에서 귀도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도라에게 “안녕하세요 공주님!” 이라고 인사하며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려오는 장면의 그란데 광장과 “Maria! La Chiave!(마리아! 열쇠!)”라고 외치면 열쇠가 툭 하고 떨어지던 장면의 골목길. 걷는 장소마다 내가 영화 안에 들어 와 있는 기분이 든다.
공부하던 시절 근사한 리스토란테에서 식사 한 번 못하고 도시락으로 싸 간 빵을 뜯어먹어가며 돌아보았던 도시였지만, 그 여행의 추억만큼은 두 시간을 말해도 모자랄 만큼 두둑하다. 백민아<성악가>
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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