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영화에서 현실의 히어로가 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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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31  |  수정 2019-07-31 08:10  |  발행일 2019-07-31 제19면
[문화산책] 영화에서 현실의 히어로가 된 배우
김상목<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야마모토 다로라는 1974년생 일본 남자배우가 있다. 국내에는 강제규 감독의 2011년 작 ‘마이웨이’에서 조선인 징용병들을 못 살게 구는 일본군, 교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원작을 영화화한 2001년 작 ‘GO’에서 주인공의 재일조선인 선배로 등장하는 등 비중있는 조연으로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다작 배우지만 아무래도 가장 잘 알려진 연기는, 가상의 미래 군부독재 일본에서 사회통제를 위해 청소년 한 반이 서로 죽고 죽여 단 1명만 살아남는 프로그램을 다룬 ‘배틀로얄’의 ‘가와다 쇼고’ 역할일 것이다. 그는 이전 프로그램의 생존자로, 누구보다 살아남기 위한 경험과 능력의 소유자이지만 부조리한 시스템에 도전하기 위해 주인공 일행을 돕는 조력자로 자신을 희생한다.

명품 조연배우로 장수할 것으로 기대되던 야마모토 다로는 2011년부터 현실 정치에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예술인들이 사회문제에 의견을 개진하거나 참여하는 행위는 ‘소셜테이너’라는 표현이 자리잡아감에도 여전히 색안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정작 비례대표 등 지위를 받아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이들은 평소 정견을 갖기보다는, 유력 정치인과 친분 관계인 경우가 다수라 실제 본인의 전문 분야에서 역할을 해내는 경우가 드물다.

야마모토 다로는 2011년부터 적극적으로 탈 원전운동에 참여했고 2013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된다. 소수야당 몇 곳을 전전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보다는 원전반대 등 정견에 따른 이동이었다. 그는 배우 시절부터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입장을 지지했고, 현재 아베 정부의 개헌 시도 관련 안보법안 논의 때 경력을 살린 필리버스터로 유명세를 얻었다.

지난 7월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 그는 불과 100여 일 전 자신이 창당한 신당 ‘레이와 신센구미’를 이끌고 도전한다. 이번 선거는 알다시피 집권 자민당의 개헌 추진을 위한 분기점이다.

일본의 ‘호헌’ 야당들은 간발의 차로 2/3선을 저지하는데 성공했고, 야마모토 다로는 비록 역대 최다 득표 낙선자로 석패했지만 1인 정당에 가깝던 ‘레이와 신센구미’는 비례대표 2명을 당선시켜 파장을 일으켰다. 당선인 2명이 모두 중증장애인이라 의회는 이들 초선 의원을 위해 의원회관 구조 공사를 전면 진행했다. 일본 내 장애인 사회참여에 획기적 전기가 될 일이다. 소신과 양심에서 비롯된 정치노선과 일본 정치구도 전체를 관통하는 시야를 가진 야마모토 다로는 차세대 정치 리더이자 아베에 대항하는 야권 주요 인사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영화 속 히어로는 이제 현실의 히어로가 되었다.
김상목<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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