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 이은경
  • |
  • 입력 2020-01-13  |  수정 2020-01-13 07:56  |  발행일 2020-01-13 제23면


윤종주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해야 할 많은 일로 분주하다. 운전을 하며 음악을 듣고, 음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눠 장소를 이동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침대에 누워 TV와 스마트폰을 오가며 정보와 흥밋거리를 찾아 헤맨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해치우는가에 자신의 성취도를 확인하고자 한다.

한 해를 보내며, 또 한 해를 맞이하며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인사, 덕담과 격려를 받고 보냈던가! 우리는 여러 가지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사실 50이라는 나이를 눈앞에 둔 나는 몸, 마음 챙기기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시기를 맞이해 버렸다.

언젠가 몽골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다지 볼거리가 없는 몽골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방향을 알 수 없을 정도의 끝없는 초원, 추위를 뚫고 올라온 야생화, 호수 위 손에 잡힐 듯 떠오른 생생한 무지개, 순박하고 반짝이던 몽골인의 눈동자가 떠오른다. 일상의 모든 불필요한 요소가 사라졌을 때 명쾌함과 집중력이 찾아오는가 보다. 중국에는 지루함을 거쳐 매혹의 상태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동네 영어 회화 반에서 외국인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언제 평온을 느끼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때 한 주부가 가족들이 다 나간 집에 혼자 있을 때라 답했다. 사람들은 폭소하면서 공감하였다. 사실 그렇다. 하루 중 온전히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물리적으로 혼자 있다 하더라도 21세기 찬란한 IT 기술은 우리를 가족, 친구, 연예인, 키워드 하나로 전 세계 누군가와도 순식간에 함께 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홀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만이 온전하게 깨어있으며, 살아있는 시간일 것이다. 이것은 해야 할 목록을 적어놓고 따로 시간을 내야 할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들은 우리의 시각적 의식을 높이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며, 더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 줄 것이다. 빛나는 아이디어와 예술적 성과는 뇌의 자극이 적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한다.

진정한 만족은 남이 아닌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을 때 온다. '혼자 있다'라는 말을 누군가 함께 있지 않음으로 해석하지 말고 '자신'과 함께 있음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윤종주<화가>

기자 이미지

이은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