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뭣이 중헌디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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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4  |  수정 2020-01-14 07:54  |  발행일 2020-01-14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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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플레이스트 대표>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종종 듣는 질문이다. 대본을 쓰고 공연을 만드는 분야에 속해있다 보니, 관련한 종사자 또는 지망생들이 주로 묻는다. '어떻게'와 '잘'. 오늘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다.

이해하고 공감한다. 나도 잘 하고 싶다. 사실, 이 지면을 처음 의뢰받았을 때 했던 고민도,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였으니 말이다. 첫 지면이 나가고, 오가는 길에 만난 동료들, 선후배들이 내 글을 읽었다는 이야길 건넬 때마다 심장이 덜컥거렸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말을 잠시 기다렸다. 궁금했다. 평가를 바란 건 아니다. 동의 혹은 반론을 기다렸다. 나는 이 지면을 통해, 먼저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공개적인 곳에 글을 쓴다는 것은, 그 글을 읽을 누군가를 향해 말을 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왜 쓰는가' 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며, 그 사람의 언어와 문맥을 평가하지 않듯이, 어딘가에 공모하는 글이 아닌 이상 평가받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닌 거다. 그러므로 '왜' 그리고 '무엇을' 이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읽은 이는 쓴 이에게 동의하거나 공감하거나,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물론, 도무지 그 핵심이 뭔지 모르겠다 싶은 글은 그저 무시당하겠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면, 나는 되묻곤 한다. "뭘 하고 싶은데?" "그걸 왜 하고 싶은데?"라고. 본디 욕구라는 건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무엇, 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무엇이 스스로를 뚫고 나와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요구에 응해주는 것이 아닌, 나의 것으로 세상과 만나는 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와 '잘' 보다 '왜'와 '무엇을'에 대한 고민이 더 크게 당신을 지배하길 바란다.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뭐든 할수록 늘게 되어 있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내면의 동기(動機)가 중요하지 않을까. 무얼 하고픈지, 왜 하고픈지.

오래 전, 배우 지망생과 나눴던 대화가 문득 생각났다. 왜 연기가 하고 싶냐는 내 질문에,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고…" 라는 뻔한 대답에, "니 인생 살기에도 바쁜데 남의 인생을 왜 사냐! 니 인생이나 잘 살아!!!"라 했지. 미안해. 그 때 세련되게 말하지 못 해서. 그런 뜻 아니었는데.
전호성<플레이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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