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문화생활'이라고요?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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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1 07:58  |  수정 2020-01-21 08:01  |  발행일 2020-01-21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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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플레이스트 대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것이 '소비'로 직결된다. '소비자'로서의 삶이 익숙해져 버린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소비'라는 테두리 안에서 규정짓고 정의한다. 영화를 비롯해 공연 또는 전시를 관람하고 체험하는, '문화생활'이라 일컫는 일련의 활동들. 이마저도 '문화·예술 상품'의 구매, 즉 '소비'로 인식하는 것만 같다. 그게 다가 아닐 텐데. 뭔가 더 있을 텐데. 우리가 '식생활'이라고 일컫는 어떤 개념을, 단순히 '음식을 구매해서 섭취하는 행위'로만 정의하지 않으니까.

출연한 가수의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고, 연출한 감독의 작품관·세계관은 낯설고, 주연 배우의 전작이 무엇이었는지 관심 없고, 시놉시스나 대략의 줄거리 파악도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과연 그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과연 그것을 간접경험이라 할 수 있을까? 과연 "나는 그것을 봤다"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이것이 '문화생활'일까?

최소한, 러닝 타임이 몇 분인지, 인터미션은 있는지, 입장 연령은 어디까지인지, 어떠한 분위기의 작품인지 등의 사소한 정보 정도는 사전에 체크를 해 두는 것이 어떨까.

간혹 관람하러 온 공연의 제목도 모르는 분들을 접할 땐,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하는 절망적 감정을 느낀 적도 있었다. 이건 그저 '누군가가 잠시 '소비'하고 마는, 그런 '유흥'일 뿐인가' 하는 서글픔도 함께. 물론 그것도 의미가 전혀 없진 않겠지만 말이다.

물리적 여유를 중점으로 추구하던 삶에서, 이젠 어느 정도 정서적 여유 또한 추구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많은 이들이 더 양질의 여가와 문화적·예술적 체험을 추구하고 있다. 다만 '소비'적인 성향으로 일관되는 그런 삶의 추구가 다소 아쉽다. 무엇보다 '소비'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속성이 '최대한 싸게, 최대한 많이'를 목표로 하는 '효율'이라는 점은 문화·예술계를 고작 가성비를 논하는 그저 그런 시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돈으로 입장권은 살 수 있지만, 작품에 새겨진 작가의 영혼과 마음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좌석은 살 수 있지만, 작품이 품고 있는 가치와 감동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작품을 소유할 수는 있지만, 진정 소유해야 할 것은 작품이 아니라 그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작가가 바라본 세상'과 '작가가 담아내고자 한 비밀'이다.

여전히 궁금하다. 현대인들에게, '문화생활'을 통해 남기고 싶고 소유하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과연 그런 게 있긴 한 걸까.
전호성<플레이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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