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지식노동의 가치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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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5 07:59  |  수정 2020-02-05 08:01  |  발행일 2020-02-0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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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소설가>

'이상문학상' 수상거부 사태 논란이 재점화 중이다.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고, 개인 단편집의 표제작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조건의 부당함을 이유로 젊은 작가들이 수상을 거부한 데 이어, 소설가 윤이형이 절필선언을 했다. 지난해 수상자인 그는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그러나 이미 상금과 부수적 이익을 받아 누렸기 때문에 활동을 그만두는 것만이 항의할 방법인 것 같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부분 "부당함에 맞서는 작가들을 응원한다"와 "출판사 사정도 생각해야 한다"로 나뉘는 가운데 한 댓글이 눈에 띄었다. "돈 벌려고 소설 썼나, 누가 문학예술을 순수하다고 했는가." 소수의견이기는 하지만 이 댓글은 '지식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무의식적 사고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식/문화·예술과 관련된 작업들을 '노동' 밖에 있는 어떤 순수하고 고결한 것으로 여긴다.

이러한 사고는 때때로 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일을 방해한다. 과거 한 대학 시간강사는 "작년에는 3년을 공들여 낸 책으로 인세 수입이 70만여원, 논문 원고료 50만원, 기타 토론자로 참여하거나 심부름을 하여 소소하게 들어온 돈이 모두 합쳐 100만원 조금 안 된다. 일반 회사원의 한 달 치 월급 정도 되는 돈을 1년 동안 벌었다."(권영태, '비정규직 연구자도 사람이다'『동국대학원신문』173호, 2012)며 연구자로서의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나라를 위해 공부한다"는 인식 때문에 대학원 학비가 무료라는 일부 유럽 국가들의 사례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노동'들은 사회의 중요한 지적·문화적 토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곧바로 이윤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혹은 '창작자·연구자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것을 노동의 형태로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작업들을 적절한 보수로 연결 짓는 문제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편이다.

'용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저작권과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을 구별하지 못했다'는 윤이형 '개인'의 부주의함은 사실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동되었을 것이다. 내가 최근에 읽은 윤이형의 소설 '작은마음동호회'에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일의 중요성이 나타나 있다. 평소 말하지 않던 작은 문제, 작아서 큰 문제들이 앞으로도 계속 발화(發話)되어야 할 것이다. 윤이형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김세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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