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골목길 가꾸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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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2  |  수정 2021-01-12 07:51  |  발행일 2021-01-12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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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법무법인 우리하나로변호사〉

신록과 단풍을 자랑하던 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다. 코로나19 탓인지 오고 가는 사람이 적어서 골목길이 썰렁하다. 그런데 이 나무와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른바 '그래피티 니팅 프로젝트, With Tree'!

한 마디로 털실로 옷을 짜서 나무에 입히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구 수성구청이 주최한 '작은 문화 공간 조성사업'의 하나이지만, 수성구 시지동에 있는 시지마을공동체 산하 '마을 공유 공간 톡톡'이 처음부터 계획을 세운 후 진행하였다. 먼저 나무에 입힐 털실 옷을 만드는 게 큰일. 물론 뜨개질에 능숙한 엄마에게는 낯설지 않지만, 50대에 처음 뜨개질을 대하는 아빠나 엄마 따라 놀러 온 아들에게는 지극히 어렵고도 답답한 일이다. 그래도 황금 유치원생, 해바라기 방과 후 돌봄센터 초등학생으로부터 50대 엄마, 아빠까지 열심히 뜨개질을 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피 끓는 청춘인 고산중 학생들이 참가한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고산중 뜨개질 동아리가 개설된 가운데, 34명의 중학생이 동아리 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학교 앞 8그루 나무에 입힐 털실 옷을 짰다. 그렇게 각자 사연을 담아서 형형색색 곱게 짠 털실 옷은 지난해 12월 중순 대구 수성구 천을로에 있는 87그루 나무에 입혀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덕분에 나무에 훈기가 더해지고, 찬바람이 불던 골목길이 환해졌다. 덧붙이자면, 이 프로젝트는 거리미술의 한 종류인 그래피티(grafiti) 미술의 한 장르인데, 기존 그래피티 미술이 페인트나 래커를 재료로 사용하는 것에 비하여 실이나 천으로 뜨개질해서 거리에 예술의 옷을 입히는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건물의 유리창 1장이 깨어진 채 그냥 두면 곧 다른 유리창도 깨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도 나왔다. 이 이론을 뒤집으면, 누가 꽃 한 포기를 심으면 다른 사람도 따라서 꽃을 심는다는 것이 된다. 가만히 있어서는 내가 사는 동네나 골목이 깨끗해지거나 환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먼저 꽃 한 포기라도 심고, 빈 공간에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의원들은 이러한 소중한 뜻을 저버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예술이나 문화는 멀리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김수호〈법무법인 우리하나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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