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일 대구 구병원 원장 "항문수술 10만례 쾌거…새로운 수술법·약제 진취적으로 도입"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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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5   |  발행일 2021-06-15 제17면   |  수정 2021-08-01 14:45
대장항문 분야 전문병원 명성
해외 18개국 의료진도 거쳐가
원형자동봉합기 수술 획기적
장파열 등 초응급 수술도 시행
공휴일·야간 외과전문의 집도

수술사진
15일로 개원 30주년을 맞은 구병원 구자일 병원장이 수술을 하고 있다. <구병원 제공>

구병원은 1991년 6월15일 대구 달서구 죽전네거리 인근 '구외과의원'으로 시작했다. 현재 구병원 응급실 자리다. 구자일 병원장은 직원 6명과 함께 개원했지만 주변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을 더 많이 보냈다. 서울에서도 힘들다는 수술 중심의 외과 개원을 대구에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돌파하기 위해 구 병원장은 전문분야로 특화, 대장·항문 질환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전공의 시절 구 병원장은 치질 환자들을 많이 진료했고, 자신도 완성도 높은 치질수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합쳐진 결과였다. 구 병원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서구식 식습관으로 대장항문 질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 개원과 함께 구외과의원은 성장을 거듭해 1997년에는 의료법인으로 한 단계 도약, 11개 진료과목 211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이후 일본을 찾았다가 특정 질환만 진료하는 병원 등을 본 이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던 진료과목을 줄이는 대신 외과 분야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시스템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일찍 준비한 덕분에 2008년 보건복지부의 전문병원 시범사업 기간을 포함해 2011년 1기부터 올해 4기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지금은 외과 전문의 14명을 비롯해 34명의 의료진으로 규모도 커지면서 전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또 선진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고 있는 국제 수준의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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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구 병원장은 14일 "수술에 관한 실적, 그리고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인정받은 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9년 항문질환 수술 1만례를 달성한 이후 20년 만인 2019년 11월13일 10만례를 달성했다. 서울 지역 전문병원에 이어 지방에서는 최초 기록"이라며 "이처럼 대장 항문, 초응급 외과 수술은 대한외과학회에서도 전국 의료실적 1위라고 인정해주고 있고, 특히 대장 항문 분야 구병원 수술 실적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덕분에 서울은 물론 해외에서 치질 수술을 받기 위해 찾고 있고,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해에도 6천300여 건을 진행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이런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로 수술법 전수가 이뤄지고 있다.

구 병원장은 "개원의도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해 왔고, 여러 성과는 이 같은 흔들림 없는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해외 의료진이 우리나라의 우수한 술기를 배우러 구병원을 찾고 있고, 지금까지 구병원을 거쳐 간 해외 의료진만 일본·대만 등 18개국 수백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구병원에 따르면, 해외 의료진이 구병원을 방문, 배우는 술기는 '원형자동봉합기(PPH)'를 활용한 치질수술이다. '구병원 방식'으로 불리는 이 수술법은 기존 수술에 비해 통증은 10분의 1 수준으로 적고 치료 기간도 짧다. 특히 재발 확률도 낮아 치질 수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국외에서 배우기 위해 구병원을 찾고 있지만, 구병원 측도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의료진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해외 학회의 의료진 연수 프로그램도 구병원이 가진 '달란트' 중 하나다. 매년 병원 부담으로 가까운 아시아에서부터 멀리 유럽까지 해외에서 진행되는 다수 관련 학회에 의사 2~3명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해외 학회에 참석한 의사는 없었지만, 술기 발전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의사와 환자 나아가 병원 모두에게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응급실 운영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학병원 응급실의 경우 전공의들이 1차 진료를 본 뒤 전문의 교수가 진료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촌각(寸刻)을 다투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구 병원장의 설명이다.

구 병원장은 "우리는 장폐색·복막염·장파열 등 촌각을 다투는 수술을 바로 진행하고 있고 이게 바로 중소병원의 존재 이유"라며 "대학은 암과 같은 고난도 질환을 담당하고 초응급 수술은 우리 같은 병원에서 맡아줘야 보다 많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병원장의 이런 마음은 2010년 더 강해졌다. 대구에서 4세 여아가 장중첩으로 지역 주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실을 전전했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끝내 사망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응급실을 운영 중이었고, 만약 구병원을 찾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구 병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경북에서 60대 부부가 교통사고로 인한 혈복강(복부에 혈관이 터진 상황)으로 한 명은 우리 병원, 또 다른 한 명은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만 살았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면서 "공휴일 야간에 장파열·장폐쇄증 등 큰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도 외과전문의 2명이 처음부터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까지 집도하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응급실 운영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꼭 필요하고, 해야 하는 일이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 공휴일이나 야간 응급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구 병원장은 "외과병원의 소임이라는 생각과 자부심으로 응급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상유지가 아니라 적자가 생기는 구조로 생명을 살려야 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많이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변화를 고민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실 운영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에서는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염증성 장질환 진료도 구병원이 감당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 질환은 잦은 수술과 오랜기간 관찰이 필요한 탓에 대학병원들도 기피하는 질환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구 병원장은 "병원에서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구인들의 염증성 장질환은 대장, 한국인의 염증성 장질환은 항문과 대장에서 발생하는데 구병원은 외과가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구병원이 치료한 환자만 크론병은 500명, 궤양성 대장염은 2천명가량에 이른다. 특히 이러한 진료 경험을 기반으로 대학병원 의료진과 공동으로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40주년 때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계속 업그레이드됐으면 좋겠다. 의사가 진취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약제, 수술 방법 등을 도입해야 한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의료도 생물"이라면서 "30대에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인물이 제1 야당의 대표가 되는 것처럼 생각 자체가 새롭게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면서 계속 노력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병원전경1

구병원이 걸어 온 길

△1991년 6월15일 구외과의원 개원
△1995년 120병상의 구병원
△1997년 200병상의 의료법인 구병원(내과,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분만실, 신생아실,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2000년 전문병원 시도(외과)→보건복지부 대장항문 전문병원(2008년 5월 시범기간부터 시작, 2011년(1기), 2015년(2기), 2018년(3기), 2021년(4기))지정.

※현재 전국의 대장항문전문병원은 서울 송도병원·대항병원·한솔병원, 부산 항운병원, 대구 구병원 5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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