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바람 타고 '시트콤'이 돌아왔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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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1  |  수정 2021-07-01 08:09  |  발행일 2021-07-01 제면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몰이

저비용·고효율 '효자 콘텐츠'

OTT 무한경쟁 속 부활 시동

넷플릭스 '지구망' 공개 이어

올 하반기에 신작 속속 선보여

지구만
넷플릭스는 지난 6월 오리지널 콘텐츠로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공개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시트콤 '만드는 녀석들'은 올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시트콤이 돌아왔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누리고 사라졌던 시트콤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오리지널 콘텐츠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공개했고, 웨이브도 오리지널 콘텐츠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100% 사전제작 중에 있다. 또 인기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만드는 녀석들'과 카카오TV와 에이스토리가 함께 준비하고 있는 시트콤도 올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시트콤의 경쟁력

1998년 '순풍산부인과'에서 시작된 시트콤 열풍은 '남자 셋 여자 셋'을 거쳐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안녕, 프란체스카'까지 2000년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이후 '논스톱' 시리즈, '하이킥' 시리즈와 '감자별 2013QR3' 등으로 이어지며 시트콤의 선풍적인 인기는 계속되었고 최근에는 탑골 콘텐츠로 재조명되며 '인터넷 밈(인터넷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 사이 전파되는 어떤 생각, 스타일, 행동 따위)'으로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시트콤의 부활은 OTT의 등장과 맞물린다. 20~30분 안팎의 짧은 분량으로 제작되는 시트콤들은 가벼운 콘텐츠를 선호하는 웹과 모바일 환경에 안성맞춤인 동시에 TV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최근작들은 주로 젊은 세대에게 타깃이 맞춰진다. 이들 역시 시트콤을 즐겨 시청하는 이유로 열이면 열 손쉽게 즐길 수 있고, 재미와 독특한 말투, 개성있는 캐릭터 등을 꼽는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면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대상의 반영이다.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OTT 업체들에게 저비용 고효율 콘텐츠인 시트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하더라도 드라마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 "자사 OTT를 먹여 살리는 것도 사실 대작 콘텐츠들이 아닌 시트콤"이라는 한 관계자의 말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왕좌의 게임' '워킹 데드' 등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했지만 값비싼 방영권료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효자상품은 시트콤이라는 얘기다.

시트콤 '프렌즈'를 두고 벌어진 넷플릭스와 HBO맥스와의 방영권 쟁탈전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프렌즈'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시즌10, 총 에피소드 236회를 기록한 미국의 대표적인 장수 시트콤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6명의 청춘 남녀들이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로, 미국 현지에서는 물론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일찌감치 '프렌즈'의 독점 방영권을 사들였던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톡톡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프렌즈'에 지불하는 6천만달러의 연간 방영권료가 부담스러웠던 넷플릭스는 계속 유지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었다. 결과적으로 '프렌즈'의 독점 방영권은 2020년 OTT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 중이었던 HBO맥스가 가져갔다(미국 기준이며 한국에선 아직 서비스 중). 기존 넷플릭스 구독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이를 기점으로 북미시장에서의 가입률이 급격히 완만해지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많은 결정이었다.

◆OTT가 부활 주도

'프렌즈'는 지난달 26일 공개된 '프렌즈: 더 리유니언'에 BTS가 게스트로 참여해 더 큰 화제를 모았는데, 이에 못지 않게 주목을 받은 시트콤이 있다. 최근 시즌 5를 끝으로 막을 내린 캐나다의 인기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이다. 토론토에 정착한 한국인 캐나다 이주민 가족의 실제 이야기로 이루어진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의 다문화주의를 정직하게 반영할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취업 문제, 이민 1세와 2세 간의 갈등, 나아가 인종 차별·성차별·동성애 혐오와 같은 불편한 주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히 혁명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팬들은 종영을 철회해 달라며 청원까지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시트콤의 부활을 꿈꾸는 2021년 한국의 현주소는 어떨까. 일단 시트콤은 더 이상 방송국이 아닌 OTT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서울의 한 대학 국제 기숙사에 살고 있는 다국적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청춘을 담았다. 12회 분량이 공개됐는데 해외에서는 벌써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피소드 연출을 맡은 권익준 PD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힘들어하는 전 세계의 젊은 청춘들이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오늘을 열심히 재미있게 살자, 오늘에 집중해서 살자는 메시지에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웨이브에서 공개될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내는 12부작 정치 시트콤이다. 배우 김성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전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분해 남편(백현진)의 납치 사건으로 동분서주하는 1주일간의 모습을 그린다. 스토리 속 다양한 풍자와 해학으로 시청자에게 공감과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로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예능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시트콤 '만드는 녀석들'도 대중과의 만남을 예고했다. '만드는 녀석들'은 화면 속만큼이나 재미있는 화면 밖 영상을 담은 '페이크 메이킹 다큐' 형식으로 제작되는데 '맛있는 녀석들'을 만드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좌충우돌 생존기가 담길 예정이다. 아직 방영될 OTT는 정해지지 않았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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