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들만의 보폭으로…행복림 '잔잔바리'

  • 진정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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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4   |  발행일 2022-10-12 제12면   |  수정 2022-10-0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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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협동조합 행복림 소속 청년 자조모임중 하나인 '잔잔바리' 팀이 생신을 맞이한 할머니들을 위해 생신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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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림 소속 청년 김대욱씨가 생신파티에 참석할 어르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과 정성껏 마련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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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협동조합 행복림 소속 청년 자조모임중 하나인 '잔잔바리' 팀이 생신을 맞이한 할머니들을 위해 생신파티를 열고 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생신 축하합니다~"

대구 달서구 이곡동로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림'(이하 행복림)에서는 지난달 28일 오후 5시쯤 송추자(84), 김순자(80) 할머니 두 분의 생신을 축하하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생신파티는 행복림 소속 발달장애 청년들로 이루어진 자조모임 '잔잔바리' 팀 10여 명이 주체가 돼 진행됐다. 행사는 달서구 지역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 가운데 8~10월 중 생신이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생신파티였다.

이 '찾아가는 생신파티'는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의 만나자 사업에 선정돼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원래 계획은 홀로 계시는 할머니 댁에 청년들이 직접 방문해서 생신파티를 진행하는 것이었으나 여러가지 여건상 청년들에게 익숙한 공간인 행복림에서 생신파티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생신파티의 주인공은 대구 YWCA 재가노인돌봄센터에 의뢰해 소개받은 어르신들이다.

행복림에 도착한 두 어르신이 자리에 앉자 잔잔바리 팀을 지원하는 김수빈 사회복지사가 어르신의 성함과 생신일 등을 소개했고, 10여 명의 청년들이 공손한 인사와 함께 각자 본인소개를 했다. 곧이어 할머니 연세에 맞춰 밝혀진 촛불이 꺼지지 않게 청년 두 명이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할머니 앞으로 옮기고 다 함께 생신 축하노래도 불렀다. 청년들은 미리 마련한 선물을 전달했는데, 특히 행복림의 분위기 메이커 김대욱(24)씨가 며칠 전부터 두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과 함께 줄 맞춰 또박또박 쓴 손편지를 직접 읽어 드리자 할머니들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선물 전달식이 끝나자 청년들은 노래와 댄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지막 순서로 청년들은 할머니와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 구석구석을 다니며 구경을 시켜 드렸다. 헤어질 즈음 할머니들은 청년들의 등을 토닥여 주시거나 한참 동안 포옹을 하는 등 작별을 아쉬워했다.

이어 김수빈 사회복지사는 할머니들에게 "동네에서 우리 청년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고 아는체 해 주십시오"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잔잔바리는 '잔잔하고 눈에 잘 띄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일을 진행한다' 라는 의미로 청년들이 제안한 여러 이름 중에 가장 많은 표를 얻어 결정된 팀명이다. 발달장애인의 걸음은 비장애인들처럼 빠르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자신들에게 맞는 보폭으로 스스로 삶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행복림 김미란 사무국장은 "장애인이 마을 안에서 돌봄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눔의 주체로의 역할을 찾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발달장애 청년들과 함께 마을 돌봄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며, 이러한 시도를 통해 장애인이 돌봄의 수혜자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를 돌보고 위로하는 존재로도 인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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