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영상] 고양이아파트 ‘묘린이회관’#1, 봄이의 봄이 마지막 봄이 아니길...

  • 한유정
  • |
  • 입력 2023-03-18 23:40  |  수정 2023-03-19 15:14



대구시에 한 아파트에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어린이회관에서 살던 길고양이들이 쫓겨나 함께 살고 있다. 이 고양이 쉼터의 이름은 ‘묘린이회관’이다. 이곳에는 고양이 대모 ‘김성희 대표’가 12마리의 고양이를 보살피고 있다.

김 대표는 “4년 전 어린이회관 주변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새끼고양이가 사람이 먹다 남긴 족발과 김치를 먹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작은 보호소로 시작해 현재는 재개발 예정인 15평 남짓한 아파트를 월세로 임대해, 몇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곳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모두 어린이회관 출신이라, 이름을 ‘묘린이회관’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고양이 사료와 영양제 등으로 어지러운 주방을 안내하며, “너무 더러운 거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냉장고 안에는 뭐가 들어있냐는 질문에 김대표는 냉장고 문을 활짝 열며 “ 온통 고양이 간식과 약이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선 약을 먹이고, 목욕시켜야 하는 아이가 있다면서, 거실 구석에서 검은색 고양이한 마리를 안고 나왔다. 이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 시한부 생을 살고 있는 '봄'이라고 소개했다.

봄이는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하고 모든 장기에 종양이 퍼져 의학적으로 손을 쓸 수가 없는 늙고 병든 고양이지만, 그래도 한때는 거리에서 힘깨나 쓰던 대장 출신 고양이이다.

김 대표는 "봄이가 죽기 전 한 달 만이라도, 따뜻하고 안전한 실내에서 새로운 세상을 살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다행히 봄이는 입주 전보다, 훨씬 기력이 좋아져서 밥도 잘 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길고양이는 집고양이보다 훨씬 수명이 짧지만, 이빨도 없고 죽어가던 늙은 고양이도 이곳에서는 잘 버티고 있다"며 흐뭇해 했다.

 

주사기로 봄이에게  약과 습식을 먹이는 김 대표의 팔에는 온통 고양이 발톱에 긁힌 자국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이 정도면 이쁜 상처”라면서 “심하면 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봄이는 상처 가득한 김 대표의 팔에 안겨, 사력을 다해 약을 받아먹었다.


봄이는 여느 고양이처럼 스스로 그루밍(고양이가 자신의 몸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혀에 침을 묻혀 온몸을 핥거나 이빨·발톱으로 털을 다듬는 행동으로, 정서적 안정을 찾거나 자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핥는 행위) 을 하지 못한다. 봄이에게는 그런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

김 대표는 대야에 담아온 물로 봄이의 발과 얼굴을 씻기며, “예쁘다, 우리 봄이는 10살인데 동안이야”라며 연신 쓰다듬었다. 봄이는 안락사 권유를 받은 시한부 생명이지만, 김 대표는 사는 동안 만이라도 따뜻한 이곳에서 돌보는 것을 택했다. 김 대표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직은 봄이를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희 대표는 “봄이가 하루라도 더 실내에서 편하게 살며, 누리고 갔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며 봄이의 마지막 될지도 모르는 '봄의 행복'을 빌었다. 묘린이회관에서 최연장 묘르신 봄이는 김 대표의 사랑을 받으며,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봄을 버텨내고 있다.

한유정기자 kkam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한유정 기자

까마기자 한유정기자입니다.영상 뉴스를 주로 제작합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