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로 군부대 옮기면 '역내 이전'…인구·경제 누수 차단효과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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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8 07:26  |  수정 2023-03-28 07:28  |  발행일 2023-03-28 제9면
군위군, 신공항·대구편입 호재 발판 '군부대 유치'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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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유치전략 수립과 진행상황 점검, 자문 및 홍보 활동을 목적으로 지난 2월9일 출범한 '군위군 군부대 유치 민간자문단'은 군사 분야 전문가와 지역 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됐다.(위) 대구시가 지난해 군위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에서 실시한 통합신공항 기본계획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군민들이 대구시 관계자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군위군 제공〉

대구경북신공항 유치에 이어 대구 편입이라는 호재를 연거푸 받아든 경북 군위군이 새로운 비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역경제를 획기적으로 바꿔줄 공항이 2030년에 개항하는 데다 오는 7월 대구로 편입되는 군위는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큼 큰 변화가 기대된다. 이 같은 성과는 군위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높은 주민 수용성과 탁월한 입지 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군위가 그 강점을 기반으로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대구군부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신청 부지 개발제한구역 없어
평지도 상당해 軍 기준에 부합
K2 등 연계 작전수행 수월해져

군민들 공공시설 이전 우호적
기관단체장 모임 지지 성명서
청년회도 유치 염원 적극 동참

삼국통일 '군사 위세' 떨친 곳
지명 속에 軍관련 이야기 담겨
최적 입지 역사적인 당위성도


◆목전(目前)의 지방소멸 위기

군위의 변신은 어찌 보면 고육지책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북의 출산율은 0.93명으로 자연감소가 심각한 국면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8개 시·군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전국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많다. 이 중 군위군을 포함해 7곳은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 급격한 노령화 현상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군위군은 인구 유입과 경제활성화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떠한 일이라도 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발걸음에도 속도가 붙었다. 지역을 살리는 일에 주민들도 적극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소음과 환경오염 등을 수반하는 대규모 공공시설물 이전사업을 할 때 대부분 님비현상이 나타나지만, 군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찾기 힘들다. 공공시설물을 이전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지표인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군위는 탁월한 강점을 보인다.

이미 대구경북신공항 유치과정에서 확인됐다. 비행기 소음 등 공항이 들어서면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어려움이 많지만, 지역 분위기는 군공항 유치에 아주 적극적이었다. 주민들이 공항 유치를 지지하는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앞장서는 분위기였다. 이 같은 호응은 신공항 후보지 선정과 관련한 주민투표에서 76%의 높은 찬성률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외에 군위는 폐기물매립장을 비롯해 다른 지자체가 꺼리는 각종 공공시설물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바 있다.

◆군사(軍)의 위세(威), 군위

'군위(軍威)'라는 지명 속에는 군부대와 얽힌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삼국통일을 향한 전쟁의 본격적 서막을 알리던 서기 660년, 백제 정벌에 나선 신라 김유신 장군이 5만 대군과 함께 군위에 유진(留陣)할 당시 군사의 위세가 대단했다고 한다. 이후 삼국통일을 이룬 서기 676년 대군이 머물면서 '군사(軍)의 위세(威)'를 떨쳤다는 뜻에서 지명이 '군위'가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군사의 위세가 등등해서일까. 서기 927년 공산전투 당시 고려 태조 왕건이 군위를 지나가면서 그 기운을 가득 받아, 서기 936년 후삼국 통일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후 임진왜란 당시 승병들이 화약을 제조했던 인각사, 의병을 일으킨 장사진 의병장 유적지, 그리고 6·25 당시 대구를 수성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갑령재까지, 군위는 그 지명에서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 군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다.

군위의 한 군민은 "군위의 군부대 유치 신청지에는 국통산 자락이 펼쳐져 있다. 산의 명칭을 '나라 국(國)'자에 '통할 통(通)'자, 즉 '나라의 기운을 통하게 하는 군위' '삼국통일과 후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뤄냈던 군위'라는 역사적 당위성을 품고 있다"며 군부대 이전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되살아난 주민수용성

주민 갈등으로 추진 과정에서 난관을 겪은 제주 강정마을(해군기지 건설)과 부산(해군 제3함대 이전)의 사례와 비교한다면, 공공시설물을 이전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지표인 '주민 수용성'에서 군위는 아주 큰 강점을 보인다. 군위는 외부에서 꺼리는 시설 유치에 상당히 개방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군부대 유치와 관련해서도 주민들의 반응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지역 기관·단체장의 모임인 청산회는 지난 1월9일 군부대 유치를 위한 지지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27일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안보단체인 군위군재향군인회 회원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의흥면청년회도 군부대 유치에 힘을 보탰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달집태우기에 나선 청년들은 '대구시 군부대 유치'를 기원하며 적은 소원지를 함께 태우며 군부대 유치에 나선 민심을 하늘에 전했다.

앞서 군위군은 지난해 11월 보훈·안보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통해 군부대 유치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유치대상지인 우보면 이장회의에 참석해 대구 군부대 통합이전에 관해 설명했다. 지방소멸 및 노령화 지수가 높은 지역 실정과 함께 군부대 유치의 필요성, 향후 추진계획에 관해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에 주민들도 적극 동참의사를 밝혔다.

좋은 지리적 입지여건 또한 군위가 내세울 점이다. 군위가 군부대 유치를 신청한 부지 내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는 곳이 전혀 없다. 산과 함께 평지가 상당 부분 포함돼 군의 작전성 검토기준에도 부합한다.

또한 신공항 이전과 함께 군공항(K2)과 군사시설 이전이 예정돼 있다. 이처럼 공군에 이어 육군과 미군 부대까지 유치에 성공한다면, 군수·국방의 집적화가 이뤄짐에 따라 군사작전 수행 역시 한층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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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유치전략 수립과 진행상황 점검, 자문 및 홍보 활동을 목적으로 지난 2월9일 출범한 '군위군 군부대 유치 민간자문단'은 군사 분야 전문가와 지역 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됐다.(위) 대구시가 지난해 군위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에서 실시한 통합신공항 기본계획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군민들이 대구시 관계자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군위군 제공〉

◆대구도 군위도 윈윈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의 전제 조건인 '군위군의 대구 편입'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군위는 오는 7월1일 대구시로 편입된다. 대구에 주둔 중인 군부대가 군위로 이전한다면, '같은 지역 내 이전'에 해당하므로 유치를 희망하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통상적인 공공기관 이전의 경우 지역 간 균형 발전 도모가 주요 목적이지만, 군부대 이전은 기존 도시 발전에 있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 기존 도시의 인구 및 경제 효과 누수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군위를 품은 대구시 입장에서는 군부대 이전을 통해 지가가 높아진 부지의 확보는 물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인적·경제적 효과를 그대로 간직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군위군 입장에서도 젊은 인구의 유입과 산업 구조 다변화를 도모하는 데 이만한 호재가 없다. 다시 말해 대구와 군위 모두가 윈윈하는 전략이다. 군부대 이전에 따른 행정적 절차·협의 등의 간소화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합리적인 판단을 따른다면 군부대 이전에 가장 적합한 지역은 군위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국통일과 후삼국통일의 시작이었던 군위에서 군부대 유치를 통해 다시 한번 군(軍)의 위상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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