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발간한 중·고등학생 잡지 '학원' 창간호, 국립중앙도서관 기증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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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1 17:18  |  수정 2023-06-21 17:20  |  발행일 2023-06-21
6·25전쟁 대구 삼덕동 29 대양(大洋)출판사서 첫 발간

"학원 읽지 않으면 학생이 아니다" 할만큼 큰 인기

학원문학상 통해 김주영, 김원일, 황석영 등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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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대구 삼덕동에서 창간된 중고생 잡지 학원의 창간호. 영남일보DB

6·25전쟁 당시 대구에서 발간된 중·고등학생 종합잡지 '학원' 창간호가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학원밀알장학재단으로부터 '학원' 창간호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기증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지금까지 도서관에는 '학원' 333책이 있었지만, 창간호는 없었다. 재단은 학원사에서 발간한 자료 30여 책도 함께 기증했다.

'학원'은 국내 출판계 1세대로 꼽히는 김익달(1916~1985) 선생이 '청소년을 키우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는 신념으로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1월 창간한 중·고등학생 종합잡지. 당시 대구에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전란 속에서 천막교실이 열렸고 수많은 학생들이 배움을 이어나갔다.

창간호의 편집 겸 발행인은 김익달(金益達), 인쇄인은 하영오(河英吾), 인쇄소는 경화(京和)인쇄소, 발행처는 대구 삼덕동 29 대양(大洋)출판사였다. 당시 대양출판사의 본사는 부산이었지만 피란지 대구 삼덕동에 마련한 임시 사무실이 실질적인 본사였다. 판형은 A5판, 총 114면이었으며 가격은 4천원이었다. 창간호의 표지는 컬러였다. 이는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컬러 인쇄로 한국 출판 역사에서 중요한 업적으로 기록된다. '학원' 창간 이후 대양출판사는 '학원사(學園社)'로 이름을 바꾸었다.

창간호에는 프랑스 화가 밀레의 '장작 패는 사나이'를 간단한 설명과 함께 실었고, 사진화보, 박목월과 조병화 등의 시, 마해송의 수필, 정비석이 짓고 백낙종이 삽화를 그린 '홍길동전', 김용환의 연재만화 '코주부 삼국지', 셰익스피어의 전기 등이 실렸다. 또한 지식 정보 교육을 위한 '학습 취미 강좌'에서는 '사회생활' '과학' '영어' '수학' 에 대한 지상 강의가 이어졌다. 연재물 중에 정비석의 '홍길동전'과 김용환의 '코주부 삼국지'는 단연 인기였다. 학생들은 넓고 넓은 중원을 배경으로 파란만장한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에 열광했다.

학원_창간사
중고생 잡지 학원의 창간사. 영남일보DB


'학원'은 창간 이후 뜨거운 환영을 받았고 학생들은 매월 학원이 발행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당시 '학원'을 읽지 않으면 학생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는 말까지 떠돌 정도였다. 독자층도 두터워졌다.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군인과 부인들까지 독자로 확보해 인기를 모았다. 한때 10만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학원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자라난 그 시대의 청소년들을 '학원 세대'라 부른다. 그들은 이후 1970~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는 '문화 세력'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특히 학원문학상을 제정해 한국문단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1954년 1월 첫 '제1회 학원문학상'을 공모했는데 응모작이 무려 2천여 편이었다. 학원문학상은 1967년 11회까지 계속되면서 이제하, 유경환, 황동규, 정공채 등 시인 84명을 비롯해 송기숙, 유현종, 이청준, 김주영, 김원일, 최인호, 황석영 등 소설가 44명, 기타 평론·아동문학·희곡 부분에서 20여 명을 배출했다. 이들은 '학원문단파'로 불리며 한국문학의 중추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휴전이 되면서 학원사는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학원'은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의 등장으로 휴간과 복간을 거듭하다 1979년 9월호를 내고 종간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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