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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림의 'A scene with a rabb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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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림의 'A Wal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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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림의 'In a Wood' |
지난해 대구문화예술회관 중견작가로 선정된 이우림 작가가 일본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도쿄에 위치한 '알파 컨템포러리(Alpha Contemporary) 갤러리'의 개관전을 통해 관람객을 만나는 것. '기억과 망각의 사이'라는 타이틀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오는 8월29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우림의 작품 12점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개관전을 제 작품으로 해 영광스러운 전시"라며 "미국·중국·싱가폴·대만·홍콩 등에서는 개인전을 해봤는데 일본 전시는 처음이라 기대도 되고 설레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의 캔버스에는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설정된 숲·계단·들판·물 등의 현실적인 공간이 등장한다. 그 속에 몽환적인 인물과 동물이 배치된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 자연과 인간의 매개지. 그것이 이우림이 그려온 회화다.
그는 작품을 통해 현실의 심리적인 경험을 현실과 비현실이 모호하게 공존하고 있는 공간에서의 심리적 화면으로 변환시킨다. 그의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꽃무늬 직물을 감싸고 있는 뒷모습의 여성, 캔버스 밖을 바라보고 있는 동물 등 그의 아이콘들은 작품 공간 속에서 실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공간 속에 놓여진 형태와 구조가 묘하게 일그러져 있다. 이러한 현실과 초현실의 절묘한 경계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 속 세계로 빨아들이게 하며, 감상자에게 본인만의 상상력과 해석을 만들어 낸다.
그는 작업 노트에 "나의 작업은 애매모호한 풍경인지도 모른다. 저 먼 운동장 끝지점에 그림자 빛이 하늘거리는 풍경처럼…. 혹은 꿈 속의 풍경일지도 모른다"고 썼다.
반이정 평론가는 "이우림 작업은 반복적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지점을 재현한 작업으로 평가돼 왔다. 이는 현실과 비현실(상상)을 같은 공간에 안배하는 설정으로 나타난다. 이런 설정은 상반된 성격이 충돌하면서 시각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회화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다"고 평했다. 이어 "대개 한 명, 더러는 두어 명의 인상적인 캐릭터를 내세우는 이우림의 인물화는 정물화처럼 제시된다"면서 "대표 도상으로 출현하는 뒷모습의 여성 인체가 만드는 유선 형태는 자연스레 도자기라는 정물을 연상시키면서 장식 가치를 보탠다. 재현 대상의 외형이 지닌 '도자기다움'은 2020년 전후로 새로운 재료의 발견을 통해 더해지는데, 그것은 레진 효과다. 레진은 평면 회화의 표면에서 도자기의 심미적 효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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