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상식 밖의 고사성어, 천고마비·죽마고우…반전 히스토리의 四字成語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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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1  |  수정 2023-08-11 08:12  |  발행일 2023-08-11 제16면
처음 뜻과 전혀 달리 사용되는

익숙한 고사성어 유래 등 소개

삶을 꿰뚫는 지혜·통찰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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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평화로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고사성어 '천고마비(天高馬肥)'에는 살찐 말들을 잡으러 올 적군에 대한 공포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상식 밖의 고사성어'는 고사성어가 가진 '반전의 뜻'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사성어_표지
채미현 지음/ 추수밭/264쪽/1만7천원

구사일생(九死一生)은 '살아서 다행이다'라는 뜻이 아니라 '죽어도 후회 없다'는 뜻이다?

이 책은 원래의 뜻과 정반대 혹은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고사성어들을 소개한다. 특히 고사성어가 가진 '반전의 뜻'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네 글자의 고사성어가 들려주는 반전의 히스토리를 생생한 유래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고사성어 가운데 생겨날 당시의 뜻과 전혀 다르게 사용되는 것들을 소개하며, 현 뜻과 원뜻의 차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시사점을 전한다.

1장에서는 반전의 고사성어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살아남다'는 뜻으로 쓰는 '구사일생'은 살아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뜻이 담긴 고사성어가 아니라 죽어도 꺾이지 않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또 가을의 평화로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천고마비(天高馬肥)'에는 살찐 말들을 잡으러 올 적군에 대한 공포가 담겨 있고, 세상 어디에도 적수가 없다는 뜻의 '천하무적(天下無敵)'은 권력보다는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왕의 통치술에 관한 표현이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반전의 뜻을 가진 고사성어를 소개하면서 화려한 이미지 밑에 도사린 치열한 투쟁과 분투의 역사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우리가 중요시하는 가치와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삶이 아니라 죽음 이후의 더 큰 목적을 향해 살아가기를 권한다.

2장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간관계에 필요한 도리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저자는 간과 쓸개까지 내보일 수 있는 친한 사이를 뜻하는 '간담상조(肝膽相照)'가 '간과 쓸개까지 내보여야만 하는 거짓 우정'을 표현하는 고사성어라고 설명한다. '죽마고우(竹馬故友)' 역시 '어릴 때부터 같이 놀던 친구'라는 의미와 함께 '내가 놀다 버린 장난감을 주워가던 내 밑의 친구'를 뜻하는 고사성어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고사성어를 소개하며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타인을 대하는 모습이 되고, 나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지금 얇디얇은 인간관계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두터운 인연을 맺는 지혜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3장에서는 중요한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타지에서 출세해 고향에 돌아온다는 뜻의 '금의환향(錦衣還鄕)'에는 '섣불리 고향에 돌아오는 것은 치명적 실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선택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특별한 재능을 강조할 때 쓰는 '낭중지추(囊中之錐)'는 재능을 펼칠 기회를 잡으려던 간절함에서 나온 고사성어라고 소개하며 재능과 기회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세상에서 핵심을 보고 나만의 관점을 갖는 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음을 일컫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 사실은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아무도 듣지 않는다'는 뜻에서 시작됐다며, 말의 힘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 새로운 관점으로 고민해볼 것을 주문한다. 또 뻔뻔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철면피(鐵面皮)'에는 본래 공정함과 강직함을 칭송하는 뜻도 담겨 있다며 올곧은 신념에 대해서 설명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고사성어에 숨겨진 '상식 밖의 의미'를 알게 되면 삶의 풍경을 다르게 보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관습적으로만 사용하던 고사성어 안에 담겨 있는 핵심적인 맥락과 깊은 뜻을 통해 막연하기만 했던 세상의 이치나 인생의 교훈에 대해 한층 더 명확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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