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흔에 쓴 창업일기…열정·호기심의 일흔 '동네책방 창업' 분투기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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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8  |  수정 2023-08-18 08:11  |  발행일 2023-08-18 제16면
주위 만류에도 뜻 굽히지 않고
대구 앞산카페거리에서 새 삶
저자의 진솔한 여정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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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나이의 저자는 지난 6월 대구 앞산카페거리에 시집 전문 책방 '산아래 詩'를 열고 책방지기로 새 삶을 살고 있다. '일흔에 쓴 창업일기'는 동네책방을 열며 쓴 저자의 창업일기이다. 〈산아래 詩 제공〉

'남들은 하던 일도 접는다는 나이' 일흔의 저자가 동네책방을 열며 쓴 창업일기다.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점포계약, 사업자등록, 비품 구입, 오픈 전에 만난 이웃들의 이야기까지, 고군분투한 창업 준비과정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자기 도취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며 쓴 단상들도 정갈하게 펼쳐진다. 특히 '속이 깊은 동네책방'을 꿈꾸며, 아담한 가게를 얻어서 문을 여는 날까지의 여정이 한편의 서사처럼 그려진다.

저자는 지난 6월 대구 앞산카페거리에 시집 전문 책방 '산아래 詩'(대구시 남구 현충로7길 6)를 열고 책방지기로 새 삶을 살고 있다. 책방을 열기 전 처음엔 자식들 말고는 주위에서 모두 말렸다고 고백한다. "남들은 하던 일도 접는 나이에 돈 안 되는 책방을 왜 하느냐"며 타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은 이유는 일흔의 나이에도 식지 않는 '호기심과 열정' 때문이었다.

일흔_표지
이동림 지음/산아래 詩 /178쪽/1만7천원

"남들처럼 그냥 산에 가고, 도서관 가고, 때론 딸이 끊어주는 티켓 들고 연주회나 다니며 그렇게 흐르는 대로 세월 보내기에는 시간을, 아니 내 삶을 허투루 여기는 것 같아서…."(18쪽 '호기심과 열정으로' 중)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점포를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점포가 마음에 들면 형편에 벅차고 임대료가 부담 없다 싶으면 점포가 눈에 안 찼다." 발품을 팔며 우여곡절 끝에 점포를 구한 후 본격적으로 책방 준비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책방'의 콘셉트를 차별화했다. '시집만 파는 전문 책방'. 책방 이름은 '산아래 詩'였다.

저자는 책에서 시집 전문 책방을 하게 된 이유가 몇 해 전 만난 시인 친구 때문이라고 밝힌다.

"(친구는) 작품을 모아 시집을 펴냈는데 주위에 몇 권 나눴을 뿐 서점에는 한 권도 깔린 적 없고 우리 집 책장 한구석에 수북이 쌓여 있다. 그런데 문단에는 이런 시인이 많다. 이들 가운데 빼어난 작품도 많은데 도대체 독자를 만날 수 없다."(66쪽, '왜 시집 전문 책방?' 중)

시집을 내도 독자와 만날 수 없다는 친구의 말에 저자는 특별한 영업전략을 택한다. 책을 별도로 구매하지 않고, 시인들이 시집을 보내오면 책방에서 판매하는 일종의 위탁형식으로 운영하기로 한다. 서점에 들어온 시집은 정가의 90% 가격에 판매하고, 그중 60%를 시인에게 돌려준다는 계획이었다.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에 들어간 저자는 책장부터 탁자, 의자, 진열대까지 직접 작업복을 입고 제작해 나갔다. 때론 사다리도 올라타며 정성을 들였다.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그래도 좋다"며 날 밝기만을 기다렸다.

오픈 전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쉽지 않은 선택을 했으니 부디 잘 이겨내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시인들은 물론 출판계에서 알음알음 찾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책방을 여는 날, 저자는 "맑은 샘 깊이 팔 것"을 다짐하며 창업일기를 맺는다.

"아무튼 그동안 목말라했으니 이제부터 맑은 샘 깊이 파낼 것이다. 누구나 이 책방에 들어와 보면 알게 된다. '詩'가 우리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

p.s) 시집전문 책방 '산아래 詩'는 지난 6월 오픈 후 시인과 독자가 만나는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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