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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7세 때 여동생 캐서린과 함께한 모습. 다윈이 안고 있는 식물은 '케이프카우슬립'이다. 1816년 엘렌 샤필즈 그림. <지오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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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철 지음/지오북/320쪽/1만9천500원 |
1859년, 생물의 기원을 파헤치는 책이 출간됐다. 바로 20여 년에 걸친 찰스 다윈의 역작, '종의 기원'이다. '종의 기원'은 출간 당시 시대사조를 뒤집어엎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기독교 창조설의 기반을 흔들었고, 인간의 자연적 본질에 대한 사고를 송두리째 바꾸며 당대 지식 사회에 강력한 충격을 줬다.
'종의 기원'을 발표하며 생물의 진화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이었지만, 그가 평생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바로 '식물의 진화'에 관한 내용이었다. 큰 정원과 유리 온실이 있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다윈은 유년 시절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식물을 구분하는 법과 이름을 배우고 다양한 자연물을 수집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식물학과 교수인 헨슬로를 만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식물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종의 기원 출간 이후 자연사 혁명을 일으킨 다윈은 논란과 논쟁 속에서 한발 물러나, 그동안 준비했던 식물 연구에 본격적으로 매진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다윈은 그가 죽기 2년 전인 1880년까지 식물 연구에 매달리며 6권의 책을 집필한다.
하지만 다윈을 곤경에 빠뜨린 수수께끼가 있었다. 백악기에 급격히 발달한 고등식물의 진화가 그것이었다. 지구의 역사를 볼 때 백악기는 짧은 기간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고등식물이 이 시기에 급격하게 발달했다. 이는 종의 기원에서 진화가 단계적으로 천천히 일어난다는 다윈의 이론에 반하는 것이었다. 종의 기원 이후 평생을 식물 연구에 매진했지만, 다윈은 끝내 백악기에 급격히 발달한 고등식물의 진화에 대해서는 모두 밝혀내지 못하고 미완에 그쳤다.
저자는 다윈이 식물에 대해 끝내 풀지 못한 숙제로 인해 괴로워했다는 2019년 BBC 기사를 접하고 이 책을 쓰고자 마음을 먹었다. 저자는 '종의 기원'초판을 번역하고 풀이한 '종의 기원 톺아보기'를 집필한 바 있다.
이 책은 다윈이 생전에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와 연구논문, 책을 비롯해 현대의 사료들을 확인하고 종합해 '식물로 본 다윈의 일대기'를 재구성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제대로 조명된 적 없는 다윈의 6권의 식물 연구서를 집중적으로 살피며 다윈이 식물 연구를 통해 밝혀내려 한 것을 쫓는다.
특히 다윈이 유년시절부터 식물과 맺어온 일부터 그가 골몰한 식물 연구 과정이 한편의 서사처럼 담겨있다. 또 연구를 도운 조력자와 끝끝내 설명하지 못했던 식물 진화의 난제까지 다윈의 식물 연구사를 연대기별로 조망한다. 식물 사례를 중심으로 '종의 기원' 속 진화이론을 되짚어 보고, 다윈이 집필한 책의 내용과 의미를 세밀하고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를 통해 진화론을 있게 한 다윈의 식물 연구의 가치를 알게 한다. 다윈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스승 헨슬로의 연구논문과 다윈의 실험 공책 등을 실어 식물학자로서 다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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