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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소소의책400쪽/2만4천원 |
우리는 왜 문학을 가까이 할까? 무한한 상상력과 지성으로 인간과 세계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문학은 역사 속에서 여러 형태와 방식으로 존재해왔다. 고대에는 신화와 서사시로, 중세에는 신비극으로 나타났다. 인쇄 혁명 이후에는 종이책으로, 현대에는 전자책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시대가 급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학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허구임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문학 작품에 빠져든다. 문학의 어떤 매력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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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문학의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진면목을 탐구한다. 먼저 전체적인 문학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시대를 풍미한 주요 작가들의 삶과 작품의 핵심을 면밀히 짚어낸다. 또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정치·사회적 환경도 함께 언급한다. 특히 문학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위대한 문학 작품은 왜 몇 번을 읽어도 새로운지, 무엇이 우리를 문학의 세계로 이끄는지에 대한 저자 특유의 분석도 담았다. 문학의 나아갈 방향도 제시한다.
저자는 책에서 시대별 문학에 영향을 준 다양한 사상적 흐름과 사건들을 들여다본다. 또 작가의 성장 배경과 사적인 이야기, 문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꿰뚫는다. 당대 문학의 전개 양상과 변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한편 일반론적 관점에서의 접근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특히 작가 계보를 통해 문학의 역사를 조명한다. 저자는 기존에 알고 있는 형태의 문학이 작가를 갖게 된 시작점이 14세기 말, 즉 '캔터베리 이야기'를 쓴 제프리 초서라고 말한다. 영문학 최초의 영웅 서사시로 일컬어지는 '베오울프'를 비롯해 그 이전의 작품들은 누가 지었는지, 창작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한 사람이 지었는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등은 불명확하다. 저자는 또 중세의 신비극과 셰익스피어 시대를 거쳐 18세기에 디포를 비롯해 새뮤얼 리처드슨, 헨리 필딩, 조너선 스위프트, 로렌스 스턴의 작품에서 다양한 서사가 구현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1789~1832년에 쓰인 '낭만주의 문학'을 주목한다. 이 시기를 문학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강조한다. 키츠, 워즈워스, 바이런, 콜리지, 셸리 등이 주도한 낭만주의는 프랑스 혁명과 동시에 일어났다. '이데올로기'를 중심에 둔 최초의 문학 운동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문학이란 무엇이고, 문학이 어떻게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를 광범위하게 재정의하려 했다. 저자는 이러한 낭만주의가 문학을 쓰고 읽는 방법을 영원히 바꾸어놓은 일대 혁명과도 같은 사조였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문학이 범람하는 시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문학의 범람은 그만큼 선택지가 많아졌고, 원하는 문학을 무한정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푸딩이 클수록 자두가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처럼, 문학의 지평이 확장되고 독서 대중이 더 많아질수록 문학은 더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저자 존 서덜랜드는 영국의 문학자이자 칼럼니스트다. '가디언'에 서평을 쓰고 스무 권이 넘는 문학 관련 책을 집필했다. 1999년과 2005년에는 부커상 심사위원을 지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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