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10] 영양 산나물축제와 조지훈예술제

  • 류혜숙 작가,박관영
  • |
  • 입력 2023-11-02 07:42  |  수정 2023-12-12 11:08  |  발행일 2023-11-02 제13면
청정자연의 선물 산나물 맛보고, 조지훈 문학정신 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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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영양군청과 일월산 일대에서 열린 '제18회 영양 산나물축제' 참가 내빈들이 1천219인분 산나물 비빔밥 만들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양 산나물축제는 산나물 채취를 비롯한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포슬포슬 부풀어 오르는 대지에서 순한 싹이 돋아나고 물오른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움트는 봄이면 영양의 산에서는 산나물들이 경쟁하듯 자라난다. 몇 차례 봄비를 맞은 산나물이 쑥쑥 눈에 보일 듯이 자라나 찬엄한 햇살에 청신한 얼굴을 씻는 5월. 땅과 하늘이 신록으로 물드는 5월이면 영양의 일월산 아래에서는 축제가 열린다. 자연에서 난 것들을 한껏 즐기는 축제, 그리고 푸른 5월에 하늘로 돌아간 이 땅의 시인을 생각하는 축제다.

영양 산나물축제
매년 5월 군청·일월산 일대서 열려
채취체험·가요제·먹거리촌 등 재미
올해 12만명 방문 경북 최우수축제

조지훈예술제
2007년 처음 시작 올해 16회째 맞아
전국백일장·사생대회 등 행사 풍성
조지훈시낭송 퍼포먼스·승무공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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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산나물축제 체험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직접 산나물을 채취하고 있다. <영양군 제공>

◆영양 산나물 축제

5월의 영양은 산나물 천지다. 특히 일월산 기슭에서 자라는 산나물은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고 맛과 영양소가 뛰어나 건강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사리, 금죽, 취나물, 방풍나물, 다래순, 어수리, 싸릿대, 참딱주(잔대), 고비 등 일월산에서 나는 산나물은 모두 보물이면서 약이라고 말한다. 금죽은 일월산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이다. 음력 3월까지 눈 속에서 자라 그 맛과 향기가 독특하다. 그래서 금죽은 산 넘고 물 건너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 어수리 나물은 '영양 어수리'라고 불릴 만큼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원래 어수리는 7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라 채취량이 적은 데다 맛과 향이 뛰어나 대개의 사람들은 맛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영양 일대에서 작목반이 결성되어 보다 많은 사람이 맛볼 수 있게 됐다. 어수리는 잎, 어린 순, 열매, 뿌리를 모두 먹을 수 있는데, 각종 무기질과 섬유질·비타민이 풍부하고 향이 강해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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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산나물 판매 부스와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영양 산나물 축제장 모습.

산나물은 무침으로, 부침으로, 또 쌈으로 우리네 밥상에 올랐고 소중한 약재로 쓰이기도 했다. 일월산의 산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은 영양의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영양의 청정 자연이 키운 산나물과 영양고추로 만든 고추장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각종 생기 넘치는 산나물을 재료로 만든 '산신 수제비'는 이름부터 근사하다. '산나물로 신체건강을 지키는 수제비'란다. 이 외에도 산나물 전, 산나물 보쌈, 산나물 국밥, 산나물 피자, 산나물 빙수 등 청정 영양의 산나물로 만든 요리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채롭다. 입맛 돋우는 산나물 요리를 원 없이 먹어볼 수 있는 환상적인 축제의 장이 있다. 바로 '영양 산나물 축제'다.

영양 산나물 축제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영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산림, 그리고 산림 도처에 널려있는 '산채'에 주목하면서 성장시켜온 축제다. 축제에서는 산나물을 이용한 새롭고 톡톡 튀는 메뉴를 맛볼 수 있고, 일월산의 높이 1천219m를 의미하는 1천219인분의 산나물 비빔밥 만들기와 같은 신나는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다. 또 산나물을 직접 채취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행사가 축제의 흥미를 더한다. 영양 산나물 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프로그램이 더해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해 경북도 우수 축제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최우수축제로 선정되어 그 명성을 입증했다.

지난 5월 제18회 영양 산나물축제가 열렸다.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영양 군청과 영양전통시장, 그리고 일월산 일대에서 펼쳐진 축제에서는 산나물 채취체험, 반려동물 문화축제, 비대면 마라톤대회, 산나물 전국가요제, 영양 고유 사투리 경연대회, 별이 빛나는 밤에 콘서트 등 청정영양을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추억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해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산나물 장터, 산나물 테마 거리, 산촌 먹거리 촌, 고기 굼터 등을 운영해 축제장을 찾은 이들의 눈과 입을 밤낮으로 즐겁게 했다. 축제 첫날의 풍물 공연과 개막 축하 공연에는 영양군민 절반인 8천여 명의 관람객들이 찾아와 군민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1천219인분 산나물비빔밥 만들기 행사는 1천여 명이 한자리에서 밥을 비비고 먹는 모습을 보여 색다른 풍경을 선사했다. 특히 이번에 열린 제1회 영양 산나물가요제는 축제의 흥을 한층 높였다.

48개 산나물 및 특산물 판매 부스에는 어수리, 냉이, 달래, 씀바귀, 취나물, 곰취, 두릅, 머위, 돌나물, 참나물, 원추리, 돌미나리, 봄동 등 봄나물이 넘쳐났다. 양조장 플리마켓, 이색 먹거리 촌, 영양전통시장 주막, 야시장 등에서는 산나물 요리 향기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30여 개의 각종 전시, 체험, 홍보 부스를 통해 영양 고추장 만들기, 산나물 경매, 산나물 레크리에이션 등 알찬 재미를 선사했으며 축제 기간 내내 일월산에는 산나물 채취 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영양 산나물 축제에서는 한해 산나물 판매량의 80% 이상이 팔린다. 이번 축제에는 약 12만명이 다녀갔으며 약 6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방문객들로 인해 파생된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는 지역 상권의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 조지훈예술제

일월산 아래 일월면 주곡리 주실마을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이 태어난 곳이다. 그가 첫울음을 터뜨린 호은종택이 있고, 그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방우산장이 있고, 조부에게서 한문을 배웠던 월록서당이 있고, 그의 생애와 자취와 정신을 담은 문학관이 있고, 자연 속에서 그의 시를 만나는 시공원이 있다. 그리고 그가 수년간 계절을 맞이하고 보냈던 주실 숲과 마을을 둘러싼 영양의 자연이 있다. 이곳에서 매년 5월 조지훈예술제가 열린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록파 시인이자 지조론의 선비인 조지훈의 문학사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조지훈예술제는 영양군이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영양지부가 주관한다. 문향의 고장 영양에서 자연을 노래하고, 자연을 그리고, 자연을 음미하며 모두 다 함께 몸도 마음도 한 뼘 커지는 종합문화예술축제다.

조지훈예술제는 2007년 처음 시작됐다. 올해 16회를 맞이한 조지훈예술제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선비인 조지훈의 사상과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영양을 문화의 고장으로 전국에 알리며, 나아가 세계 속의 문학 명소로서 영양을 부각하고자 기획되었다. 지조와 기개를 지키며 우아하고 멋스러운 정취로 일생을 살다간 조지훈을 기리기 위해 매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조지훈의 문학과 사상을 계승하고 현대 시와의 만남을 통한 문화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초·중·고 학생과 전국대학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훈 백일장 및 사생대회를 개최한다. 그의 삶과 문학세계,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국학강좌와 지훈 문학 세미나도 열리며 그의 문학과 주실마을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 체험 프로그램, 전통문화와 자연이 함께하는 오감만족 이색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올해 조지훈예술제는 '한국의 문학'을 주제로 지난 5월13일과 14일 이틀간 주실마을 일원에서 열렸다. 존경하는 이에게 차를 올리는 헌공다례로 시작된 예술제는 축제의 장을 여는 길놀이와 도립 국악단의 대북공연으로 이어졌고 동시에 전국 백일장 및 사생대회가 시작됐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집중과 고요 가운데 축제의 즐거움은 조지훈 시낭송 퍼포먼스와 영양원놀음 공연, 영양여고의 댄스와 연주 등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대구 오페라단의 조지훈 시(詩) 가곡음악회와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김죽엽의 승무 공연은 특별한 감흥을 심어주었다.

지훈문학관 등지에서는 시인의 부인인 김난희 여사의 작품 전시회, 영양 문인협회 회원들의 시화전, 제 35회 심현전 초대전, 조지훈 도서전 등이 펼쳐졌다. 정호승 시인 초청 특별강연,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오형엽 교수와 한양대 한국어어문학과 이재복 교수의 문학세미나 특강도 열렸다. 지훈문학관 앞과 주실마을 테마 광장 등에서는 전통 놀이, 조지훈 시 탁본 뜨기, 천연염색, 목공예와 가죽공예체험, 양말목을 이용한 리사이클링, 삼도주 시음, 나만의 컵 만들기, 다도체험, 타투, 수묵화드로잉, 학교예술교육 체험, 산나물 떡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농특산물 장터도 열렸다. 이번 예술제에는 3천여 명이 참가했다. 무엇보다 백일장 및 사생대회, 조지훈 시낭송 퍼포먼스대회는 지역민과 관광객, 청소년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으며 조지훈예술제는 그의 문학과 사상을 직접 체험하고 공감하는 예술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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