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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청 청사 전경. <포항시 제공> |
경북 포항시 공무원들이 공직사회를 떠나고 있다. 명예 퇴직자는 늘어나고 하위직 공무원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는 경북 타 시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업무량이 주원인으로 지목되는데, 내년부터는 기존 정원도 줄어들 예정이라 남은 공무원들의 업무 가중이 예상돼 시청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14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15명이 희망자로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명예퇴직 신청자 18명까지 더하면 올해에만 총 33명이다.
평소 연간 20~25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명예 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5년간 명예 퇴직자 현황을 보면 2019년 23명, 2020년 21명, 2021년 23명, 2022년 24명이었으나 올해는 갑자기 33명으로 급증했다.
명예퇴직 수당 지급에 따른 예산 역시 증가했다. 기존에는 10억~12억 원 정도를 집행했으나, 올해는 넉넉하게 예산을 잡았음에도 부족분 2억4천만 원 정도를 추가로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하위직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나가는 경우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공무원 스스로 사의를 표하고 그만두는 의원면직(依願免職)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포항시 8·9급 공무원 총 84명이 그만뒀다. 2019년에는 8명에 불과했으나 2020년 14명, 2021년 26명, 2022년 17명, 2023년 19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공무원들은 타 시·군과 다른 포항지역의 복잡성과 함께 늘어나는 민원 수요로 업무가 한계상황에 다다랐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포항시 A 공무원은 "포항시는 해양도시로서 항만과 공항, 공업도시로서 산업단지, 군사도시로서 해병대를 보유하고, 농업·어업·임업 등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 관련 행정 업무량이 타 시·군과는 비교 못할 정도로 복합적이고 다양하다"고 행정업무처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B 공무원은 "큰 지진과 태풍 등을 겪으며 조그만 민원에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야 할 정도로 시민들의 요구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버티다 못해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당장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직사회 유지를 위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성호 포항시 총무새마을과장은 "올해는 예상보다 명예 퇴직자가 많고 신규 임용 직원이 그만두는 경우도 꾸준하다"면서 "정원을 내년부터 1% 감소해야 하는 것인데, 남아있는 직원은 업무가 가중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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