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K배터리 글로벌 특구' 스케일업...전지보국 초석 다진다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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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4 20:58  |  수정 2024-05-15 08:53  |  발행일 2024-05-15
2차전지 특화단지 품은 포항<하>

올해'수소특화단지' 지정 목표

미래 청정에너지 대전환 추진

바이오, 디지털 등과 시너지 창출

국가투자사업 '기업혁신파크'

청년인재 유입 정주여건 개선

관련 기업 유치 육성공간 구축
간담회
경북 포항시가 전지보국 실현 위한 전문가 TF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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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기업혁신파크 공모 제안서. <국토교통부 제공>

제철보국(製鐵報國)에 이은 전지보국(電池報國). 포항 시민들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보국 정신이 철에서 2차전지로 변모하고 있다.


'제철보국'이란 '좋은 철을 만들어 국가와 국민에 공헌한다'는 뜻으로, 세계적인 철강 기업인 포스코가 포항에 뿌리를 내린 이래 50년 넘게 지역 발전을 지탱해 온 정신이기도 하다.


이를 이어받은 '전지보국' 역시 포항시의 주도 아래 에코프로와 포스코 퓨처엠 등 2차전지 앵커 기업들이 힘을 합쳐 포항을 2차전지 산업 선도도시로 발돋움시키는 상징적 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부적인 요건이 그리 녹록지 만은 않다. 2차전지 최대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의 불황으로 글로벌 2차전지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도 자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의 당선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포항은 더욱 고삐를 죈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차전지 산업 육성 초기 퀀텀 점프(Quantum Jump·대도약)를 이뤄냈던 역량을 바탕으로 위기에서도 굳건하게 전지보국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3대 혁신산업 선도하는 2차전지
포항시가 내세우는 3대 혁신산업은 전지·바이오·디지털이다. 셋 모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이 중 2차전지는 가장 먼저 포항의 부흥을 이끌었다.


2017년 에코프로 유치 이후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는 성과를 거둔 포항시는 지난해에는 '2차전지 특화단지'에 지정되면서 대한민국 산업 혁신을 주도할 대변혁의 계기를 마련했다.


2030년 양극재 100만t, 매출 70조 원, 고용 창출 1만5천 명, 2차전지 특화인력 7천200명 양성이라는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올해 배터리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과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2차전지 소재 상용화 → 배터리 자원 순환 → 탄소밸리로 이어지는 'K배터리 글로벌 특구'로 스케일업(scale-up)에 행정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포항은 2027년까지 14조 원이라는 특화단지 중 최대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어 특화단지 지정 이후 입주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로 특화단지 패스트트랙 추진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전력수요 급증에 대응하고자 신재생에너지 기반 미래 청정에너지 대전환 정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및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목표로 에너지 특화도시 실현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한다.


먼저,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맞춰 현재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지역 내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기업별 전력수요와 공급, 미래 잠정 수요를 반영한 전력망을 구성하고 경제성 분석을 통해 분산에너지 사업자와 전기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지역특화 신산업모델을 개발한다.


또한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를 포함한 블루밸리 국가산단 일대를 수소특화단지로 지정받기 위해 수소특화단지 육성계획을 수립 중이며, 더불어 국가첨단전략산업 중 하나인 바이오산업과 디지털산업 육성에도 총력을 다하는 등 포항은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혁신산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 하기 좋은 도시 포항
대내외적 환경이 어려울 수록 조금이라도 여건이 좋은 도시로 관련 기업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지속해서 노력을 기울여 왔던 포항시로서는 최근 선정된 국토교통부 선도 사업 '기업혁신파크'가 2차전지 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혁신파크는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로서 지역 균형 발전 등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이 직접 원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투자하는 등 기업주도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포항은 이번 공모로 미래 성장동력인 2차전지 등 신산업 육성과 수준 높은 정주 여건 조성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먼저 올해 상반기 국토부와 함께 통합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북구 흥해읍 일원 54만7천㎡에 2030년까지 2천565억 원을 투입해 산학융합캠퍼스와 기업 육성공간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포항은 기업 하기 좋은 도시를 조성하고자 반기문 UN 8대 사무총장 및 유중근 UN 아카데믹임팩트 한국협의회 이사장과 함께 2021년 11월 지자체 최초로 '세계시민도시 ESG 포항' 비전을 선포하고, 창조 인재 양성 생태계 조성과 지속발전 가능한 도시기반 구축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2022년 1월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이인 '스파크랩스'과 ESG 창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창업 기업을 유치하고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모으기로 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항은 경북도와 함께 글로벌 인재들이 모이는 혁신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권혁원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가진 혁신성장의 잠재력과 수도권과 차별화된 수준 높은 정주 환경을 조성해 청년과 인재가 유입되고 정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철보국에 이은 전지·바이오·디지털보국 실현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 100년을 위한 튼튼한 경제기반을 마련해 지역 균형 발전은 물론 대한민국 산업을 다시 한번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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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덕 포항시장. <포항시 제공>

"글로벌 배터리산업 선도 청사진 구현

 

인프라 조성 등 전주기 밸류체인 마련"


<이강덕 포항시장 인터뷰>
"포항이 2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 대한민국이 2차전지 초강대국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하는 전지보국(電池報國)을 실현해 나가겠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3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포항은 지난 10년간 산업 기반을 꾸준히 다져온 결과 2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과 함께 총 14조 원의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둬 오고 있다"면서 "이를 초석으로 삼아 '2050 전지보국 도시 포항'이라는 장기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산단 조성, 기업 유치, 산학연 거버넌스 마련 등 촘촘하고 전 주기적인 지원을 내세우며 결론적으로 '지속 가능한 포항형 혁신산업 생태계' 구축 방침을 제시했다.
특히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배터리 산업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핵심 인프라 조성과 산업 다변화 등 포항만의 전 주기적인 밸류체인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그는 "밀려드는 기업들의 투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1천만 평 규모의 2차전지 전용산단(2차전지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는 한편, 배터리 글로벌 혁신특구 및 기회발전특구 등 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할 국책사업 유치에 지속해서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면서 "2차전지 특화단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후속 사업으로 용수·전력 공급 등 산단의 인프라 조기 구축은 물론 글로벌 연구 협력 지원사업, 배터리 아카데미 등을 통한 글로벌 협력 체계 및 우수 인재 양성 시스템을 차질 없이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에 따른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해법도 구상하고 있다. 이 시장은 "전기차 시장 침체를 해결할 돌파구로 '산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포항이 선점하고 있는 양극재 등 핵심 소재 생산뿐만 아니라 배터리 셀, 전기차 기업 유치 등 산업 영역을 차례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전기선박, 이모빌리티(전기동력 1~2인용 개인형 이동수단),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전기차 이외의 2차전지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해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강덕 시장은 "포항은 제철산업으로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 데 기여한 저력이 있는 도시"라며 "이러한 노하우와 역량을 바탕으로 2차전지 산업을 통해 우리나라 제2의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국가 균형 발전의 모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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