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욱일기' 내건 부산 아파트 논란…집주인은 '여행가서 없다' 쪽지만

  • 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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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06 17:26  |  수정 2024-06-06 17:26  |  발행일 2024-06-06
해당 아파트 주민, 지난달부터 수차례 일장기·욱일기 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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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X 캡쳐

현충일인 6일 부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내걸려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온라인상에서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의 외벽에 대형 욱일기가 걸린 사진 여러 장이 퍼졌다. 사진 속에는 아파트 한 층을 모두 덮을 정도로 큰 욱일기 2개가 아파트 37층 외벽에 걸려있어, 약 200m 떨어진 도로에서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아파트는 광안리해수욕장과 약 1㎞ 떨어진 왕복 6차로 도로변에 있어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시민들이 사진을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업로드하며 논란이 가중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따르면 욱일기를 게시한 주민은 지난 5월엔 일장기를 내걸었다 걷는 것을 반복했다. 일장기가 내걸렸을 때 길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항의해 해당 주민을 찾아갔으나 만나주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내부 인터폰으로 연결을 시도했지만 인터폰도 꺼둔 상태"라며 "사람이 없는 건지 아니면 집에 있는데 문을 안 열어주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며칠 뒤 재방문했을 땐 문 앞에 '여행가서 집에 아무도 없다'는 쪽지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현충일 당일 욱일기 제거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이날 오전 9시 29분경부터 15건 접수됐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항의 전화가 30통 넘게 들어왔다. 욱일기를 내리라는 아파트 내부 방송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욱일기를 강제 철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지방자치단체와 옥외물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상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진짜 선 넘었네", "제정신인가"등의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또 수 많은 언론에서 연락해오자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편, 일장기와 욱일기를 내건 입주민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밝혀졌다. 일장기와 욱일기 뿐만 아니라 '대규모 국가배상금을 은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유인물도 만들어 문 앞에 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물에는 '수영구가 아파트 가구당 수백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혀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이 분란이 일어난 후 그 입주자분과 바깥에서 잠시 마주친 적이 있어 일장기를 내걸지 말아 달라고 얘기했으나 알아듣지 못할 말만 했다"고 말했다.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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