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도시, 더 좋은 상주. 4] K-상상 주도 교육특구 상주

  • 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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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1  |  수정 2024-06-11 08:31  |  발행일 2024-06-11 제20면
'돌봄 ~ 교육 ~ 취업' 선순환 체계 만들고 다양성 키우는 인프라 늘려

[살고 싶은 도시, 더 좋은 상주. 4] K-상상 주도 교육특구 상주
상주시 교육지원 허브인 '상주 미래교육지원센터'. 올해부터 2026년 12월까지 3년간 청소년문화센터 '모디'에서 위탁 운영한다. 미래 역량과 자립성을 키워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천편일률(千篇一律)과 천차만별(千差萬別). 천 개의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는 닫힌 결말과 열린 결말이라는 전혀 다른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다. 획일화된 방향에서 1등은 한 명뿐이지만 다양화의 측면에서는 여러 명의 우수한 인재가 탄생할 수 있다.

학령인구 1만618명의 (2024년 5월 기준, 6~21세) 상주의 시선은 바로 이 다양화에 닿아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중심의 교육환경에서 대도시와 견줄 만한 차별화된 교육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상주시가 선택한 것은 돌봄·교육·취업으로 이어지는 상주형 선순환 체계의 구축이다. 다양화를 인정하고 키워줄 수 있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다양한 교육 경험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성하고, 첨단 산업을 통한 인력 양성과 취업으로 연계하는 것. 인구 소멸 문제에 대응해 정주 생태계를 조성하는 원스톱 미래 교육도시, 상주형 교육정책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 2월29일 정부는 균형발전 사업인 4대 특구 사업(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중 하나인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을 발표했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합심하여 대학, 공교육,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과 협력해 양질의 교육을 받은 지역인재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와 정주 체계를 만드는 사업이다. 매년 30억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지역별 필요한 맞춤형 특례가 제공된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동안 시범적으로 교육발전특구를 조성해 나갈 지역으로 상주시가 선정됐다. 2024년 하반기 운영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상주시는 예로부터 교육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교육의 도시였다.

◆돌봄, 교육, 취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교육구조

상주 서성동 시가지 중심에 솟아 있는 작은 산을 왕산이라 한다. 왕산의 또 다른 이름은 '장원봉'이다. 조선 초부터 임진왜란 전까지 상주 선비들이 68명이나 장원급제하면서 붙여진 이름인데 과거 상주의 교육열이 얼마나 남달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상도의 중심지이자 교육의 도시였던 상주는 지금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격차 해소라는 다양한 과제 앞에 놓여 있다.

상주시 내서면의 내서중학교는 2007년 전교생 15명으로 폐교 위기에 몰렸다가 학교혁신을 통해 2011년 학생을 52명으로 늘렸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밴드, 도예 등 다양한 활동과 체험의 장을 마련했던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마을 단위로 학교와 학부모의 남다른 교육 열정에 의해 혁신학교 붐이 일기 시작하자 상주시는 좀 더 확실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경북도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2020년 경북 최초로 미래교육지구 사업을 시작했다.


경북 최초로 '미래교육지구' 시작
돌봄·교육 가능한 마을학교 운영
청소년센터 '모디' 年 5천명 방문
강좌·자치위 활동하며 역량 키워

교육발전특구 시범선도지역 지정
미래산업 연계해 지역인재 등용도



상주미래교육지구 사업은 △소통과 협력의 교육거버넌스 구축 △상주의 특성을 반영한 자율적인 미래교육과정운영 △마을교육공동체 운영을 목표로 추진되었으며 그 일환으로 마을 중심의 돌봄과 교육이 가능한 마을학교를 선정했다. 2020년도 3개소로 시작된 마을학교는 2024년 현재 상주 전역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전체 7개소(모동, 외서, 사벌국, 모서, 화서, 외남, 중동)로 운영 중이다.

마을학교는 돌봄과 교육, 쉼터의 역할을 맡으면서 큰 호응을 얻었고, 그 가운데 시내 구역인 청소년문화센터 '모디'에는 한 해 5천명에 가까운 이들이 방문할 정도로 청소년들의 대표 문화공간이자 교육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모디'와 함께하며 청소년들의 자립과 자치활동을 지원해온 과학 교사 이동철 사무국장은 "상주는 교육 분야에서 아주 특별한 도시"라면서 "상주교육지원청의 관심과 상주시청의 지원 그리고 지역사회의 노력이 맞물려 농촌형 미래교육의 모범적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살고 싶은 도시, 더 좋은 상주. 4] K-상상 주도 교육특구 상주
상주 미래교육지원센터에서 청소년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살고 싶은 도시, 더 좋은 상주. 4] K-상상 주도 교육특구 상주
상주 미래교육지원센터에서 청소년들이 요리 수업을 하고 있다.
[살고 싶은 도시, 더 좋은 상주. 4] K-상상 주도 교육특구 상주
상주 미래교육지원센터 내 운동방.

◆교육도시 상주,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상주의 교육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는 함창고등 2학년 이유진양은 청소년문화센터 '모디'의 청소년자치위원회 위원장이다. '모디'와의 인연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 내성적이었던 이유진양은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게 힘들었다. 여러 사람과 같이 활동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모디'의 문을 두드렸다. 지금은 수줍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수업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활동적인 학생이 되었다.

청소년문화센터 '모디'는 올해부터 2026년 12월까지 3년간 '상주 미래교육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교육지원 허브를 꾸려나가게 됐다. 학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쉼터의 역할, 대도시 급의 고 퀼리티 강좌 사업, 청소년이 스스로 축제를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청소년 자치 위원회, 지역의 학생들이 지역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지방소멸 연구 사업, 중·고등학교 중심의 청소년 정책에서 소외되는 24세의 법적 청소년이자 전기(前期) 청년을 지원하는 사업, 플라스틱 방앗간과 같은 탄소중립 교육까지 미래 역량과 자립성을 키워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11월3일 학생의 날을 기념하여 열리던 '상주청소년 축제'도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상주청소년 축제'는 경북교육청과 상주시청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주미래교육지구 사업의 일환으로 상주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비위원단으로 활동하며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상주의 명물 축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상주초등에서 상주여중 구간의 거리를 채우는 퍼레이드와 풍물패 행진은 상주시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마을 시민들이 직접 나서 학생들을 위해 안전을 책임진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응원 속에서 잠재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지난해에는 7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축제를 꾸몄다.

올해 5년 차를 맞이하게 되는 '상주청소년 축제'의 청소년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유진양은 지난해 축제를 더욱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 '상주청소년 축제'는 유튜브 라이브 생방송으로도 송출하는데, 당시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화면 전환을 위한 영상 스위처를 다루는 경험을 처음 해보았던 것. 방송국 PD의 꿈에 한 발 더 다가간 소중한 경험이었다.

◆상주형 미래교육 종합지원플랫폼의 탄생

상주시는 미래교육지구 사업 바탕 위에 2022년에서 2031년까지 10년간 미래교육 종합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358억원의 예산을 들여 온마을 교육지원센터를 통한 상주형 미래 교육 모델을 구축하고 읍면지역학교 통학버스 운영(온마을 스쿨버스), 교육문화 복합공간 조성(온마을 3in1스테이션)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미래 교육을 위한 플랫폼 구축의 첫걸음을 내디딘 상주시는 2022년부터 교육지원예산을 전년 대비 48%(약 10억원) 증액하여 도내 시·군 중 가장 높은 증가율로 교육혁신의 의지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 참여와 상주시의 적극적인 행보로 2022년 300억원의 기금 적립을 달성한 상주시장학회는 3천744건(37억9천87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여 능력 있는 상주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성적향상 장학생, 다자녀 장학생, 예체능 재능장학생 등을 신설해 미래 상주발전에 밑거름이 될 창의적 지역인재 육성의 기반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24년에는 567명(5억6천550만원)의 장학생을 선발 지원할 계획이다.

상주시는 상주의 교육 인프라를 통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게 된 지역 학생들의 안정적인 주거지 제공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 홍제동, 마포, 내발산동, 독산동, 개봉동 등의 청년 주택과 공공기숙사 이용을 지원하고, 대구, 경산 지역 5개 대학(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에 진학했을 때도 기숙사 이용을 지원한다.

◆지역산업과 성장하는 미래 교육도시

상주의 미래교육에 대한 열정은 교육발전특구 시범 선도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더 견고해질 예정이다. 상주시는 '지역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미래교육도시, K-상상주도특구'를 비전으로 3대 추진 전략과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통해 돌봄과 교육, 취업으로 이어지는 미래교육 도시를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교육발전특구 3대 추진 전략으로는 지역사회 협력 기반 교육 공동체 및 늘봄 체계 활성화, 상주형 교육지원 모델 도입 확산, 첨단산업 맞춤형 인력 양성 및 취업의 선순환 구조 창출로 상주시민과 함께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자율형 공립고 2.0 전환, 디지털 온 선도학교 확대 등을 통해 공교육을 혁신해 저출산·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할 예정이다. 또한 미래 인재들을 지역의 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 산업단지 조성·입주 등을 추진해 지역산업 연계를 통한 인재 등용의 길도 열어갈 계획이다. 상주시가 그리는 '미래 교육 도시'의 모습이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다.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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