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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김광석 추모 콘서트 참석차 대구를 찾은 가수 김민기가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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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민기. 연합뉴스 |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한 가수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김민기는 1969년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한 후 고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70년 그를 대표하는 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양희은이 노래해 잘 알려진 '아침이슬'은 발표 1년 만에 1971년 정부에 의해 '건전가요'로 선정됐지만 1975년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1987년 민주항쟁 당시 광장에 모인 군중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저항정신을 되새겼다. 1971년 발표한 그의 데뷔 음반 '김민기'는 출반 직후 압수당했다.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봉제 공장과 탄광에서 일하면서도 1977년 '상록수'를 작곡해 발표했다. 1984년에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했다.
김민기는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 제작에 참여하는 등 연극 분야에도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한 뒤로는 공연을 연출하며 스타들을 배출했다. 그곳에서 라이브 공연을 했던 고(故) 김광석은 학전이 배출한 최고 스타로 꼽힌다.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도 대표적인 학전 출신이다.
그는 2013년 김광석 추모콘서트 참석차 대구를 찾았을 당시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석이의 고향에서 광석이의 거리를 보며 가슴이 찡했다. 다만 김광석 거리는 아름다운데, 시장이 침체된 느낌이어서 조금 아쉬웠다"며 "김광석 거리도 서울의 대학로나 홍대거리처럼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운집하고, 이를 토대로 젊은이들이 몰려들게 됨으로써 상권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민기가 독일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해 1994년 초연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 기념비적 작품으로 남아있다. 이 작품은 2023년까지 8천 회 이상 무대에 오르며 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배출하기도 한 작품이다.
그는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뮤지컬 '의형제'(2000), '개똥이'(2006)와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을 연출했다. 그는 '의형제'로 200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대상과 연출상을 받았고, '지하철 1호선'으로 한국과 독일 문화교류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독일 정부로부터 괴테 메달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24일 발인 예정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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