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동해 가스전 개발, 지리적 근접성의 '양면성'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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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05  |  수정 2024-08-05 07:04  |  발행일 2024-08-05 제22면

전준혁기자〈경북부〉
전준혁기자〈경북부〉

지난달 말 동해 가스전 개발 배후 항만으로 부산신항이 최종 선정되면서 포항은 말 그대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최초 발표 당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라는 표현까지 썼음에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아쉬움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끼게 한다.

포항시는 배후 항만 입찰에서 탈락한 이유를 잦은 기상악화로 보고 있다. 이 외에 항만의 규모 등 각종 인프라가 부산보다 뒤처지고 있는 점도 부인하지 못한다.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탈락 이유가 설명됐음에도 왜 지역민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할까. 단순히 국책사업에서 포항과 영일만항이 배제됐기 때문일까.

답은 바로 포항이 장점으로 내세웠던 지리적 근접성의 양면성에 있다.

먼저 장점부터 찾아보자. 정확한 시추 지역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영일만항은 부산신항보다 절반가량 이동 거리가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가스전 개발이 1차에 끝나지 않고 최소 예정된 5차까지 진행된다고 하면, 영일만항을 이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무시 못할 수준이다.

반대로 단점이 있다면 바로 지진의 위험성이다. 시추지역과 지리적으로 근접했기 때문에 지진의 피해를 많이 받는다는 우려다.

석유공사는 "1972년부터 현재까지 동해 지역에서는 32공의 시추 작업을 시행했지만 시추 중 지진이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며 안전 대응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기로 하는 등 나름 해법을 내놓고는 있다.

하지만 포항은 이미 큰 지진을 한 번 겪은 특수성이 존재하는 곳이다. 책임과 보상을 둘러싼 정부와의 법정 공방이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하다. 지역민들이 지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광희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는 다른 국가의 시추 과정에서 유발 지진이 발생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동해 가스전 개발에서도 지진 대비책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지역의 여론 역시 지진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걱정하고 있다. "석유가 발견되더라도 경제적 이득은 부산이, 시추로 발생하는 지진 피해는 포항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석유공사는 향후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수십 년 진행될 사업 기간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의 위험성을 안고 살아가야 할 포항시민의 마음을 말이다.
전준혁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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