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비밀의 얼음창고, 청도 석빙고의 문을 열다”

  • 글·사진= 김동 시민기자 kbosc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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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1 08:12  |  발행일 2025-05-21
내부의 모습과 아치형 천장의 형태를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청도 석빙고

내부의 모습과 아치형 천장의 형태를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청도 석빙고

비오는 봄 날, 청도읍성을 배경으로 한 청도 석빙고의 모습

비오는 봄 날, 청도읍성을 배경으로 한 청도 석빙고의 모습

청도읍성을 걷다 보면, 잔디 사이에 고요히 자리 잡은 하나의 고대 유산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자, 땅속을 향해 움푹 파인 구조물. 마치 비밀의 문처럼 입을 벌린 이곳은 다름 아닌 청도 석빙고다.

조선 숙종 39년(1713년)에 만들어진 청도 석빙고는 과거 겨울철에 하천에서 얼음을 채취해 저장하고, 봄과 여름까지 보관해 사용하던 일종의 냉장창고다. 이 석빙고는 길이 약 14.85m, 폭 4.76m, 깊이 1.9m의 석실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정교한 아치형 천장이 견고한 석재로 짜여 있다.

지금은 천장을 덮었던 봉분이 남아 있지 않지만,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과 비탈진 바닥, 온도 유지 그리고 배수구까지 세심하게 설계된 흔적에서 과학과 미학의 만남을 엿볼 수 있다.

청도군 문화관광 해설사 김동기씨는 "공사에 동원된 인원만 5천451명, 공사 기간은 3개월. 조선 시대 지방관의 치밀함과 지역민의 손길이 만든 작품"이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실제로 석빙고 입구에 새겨진 비석에는 당시 석빙고의 제작 과정과 동원된 인원수, 공사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관광객 윤모씨는 "겉으로는 단순한 돌구조지만, 안을 들여다보니 놀랍도록 과학적인 구조에 감탄했다. 비 오는 날이면 더 운치 있다"며 깊은 인상을 전했다.

현재 전국에 남은 석빙고 여섯 기 중 가장 오래된 청도 석빙고는, 단지 얼음을 보관한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저장한 공간이다.

청도읍성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정취를 선사했다. 그 속에서 발견한 석빙고는 단순한 유물이 아닌,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공동체의 결실로 남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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