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구스타디움 일대에서 열린 제19회 영남일보 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 여자 7위로 입상한 강은경씨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은경씨 제공>
40대인 강은경씨(대구 북구 태전동)는 마라톤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 서울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3시간37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10년 넘게 등산을 하며 다져진 기초 체력이 받쳐 준 덕분이다. 올해로 마라톤 5년 차인 그는 풀코스(42.195km) 5회, 하프 9회를 완주했다. 그의 목표는 소박하다. 건강하고 명랑한 할머니로 나이 들어가는 것. 지금도 매일 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소 건강을 자신하던 그는 20대 후반 갑작스럽게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 날짜가 한 달 뒤로 잡히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한 달간 여행을 다녀온 후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불안은 현실이 됐다. 암은 림프샘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예정된 수술은 급히 앞당겨졌다. 수술 후 눈을 떴을 때 부모는 물론 두 오빠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내가 죽은 건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이며 오히려 가족을 안심시켰다.
그날 이후 강씨는 다짐했다. 가족을 더 이상 걱정시키지 않겠다고. 비혼으로 살아가는 그는 30대 후반부터 쉬는 날이면 산을 찾았다. 그러다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들을 만나게 됐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단단한 몸으로 산을 오르내리는 모습에 매료됐다. "나도 저렇게 달리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달리기였다.
달리기는 점점 강씨의 삶 깊숙이 들어왔다.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제15회 영남일보 국제하프마라톤(2022년)에 참가했다. 그는 "겁 없이 달렸더니 관계자가 여자 5위로 골인했다는 말을 전해줬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첫 입상은 강한 동기가 됐다. 이후 같은 대회에 세 차례 출전해 모두 입상했다. 지난 12일에도 참가해 여자 7위에 올랐다.
지난 12일 대구스타디움 일대에서 열린 제19회 영남일보 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 여자 7위로 입상한 강은경씨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은경씨 제공>
기록도 꾸준히 단축했다. 2023년 서울 동아마라톤 첫 풀코스 완주(3시간37분)를 시작으로, JTBC마라톤·대구마라톤 등을 거치며 기록을 줄여 왔다. 지난 3월 서울 동아마라톤에서는 개인 최고기록인 3시간14분을 기록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매년 풀코스를 완주하며, 대회마다 2~3분씩 기록을 단축해 온 결과였다. 그는 "개인 최고 기록을 달성한 동아마라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며 "'지간신경종'으로 발가락 통증이 심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고통을 이겨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무엇이든 취미를 가지고 즐겁게 살아가면 삶이 훨씬 윤택해지는 것 같다. 뛰든 걷든 산을 가든 건강은 결국 행복으로 이어진다. 달리기와 등산이 나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고 했다. 긴 머리와 화려한 네일아트가 어울리는 그는 오늘도 자신의 작은 가게(북구 학정동 네일아트)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그리고 다시 운동화를 신는다. 건강하고 명랑한 노년을 향해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2026 영남일보 수습 기자 모집](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4/5_news-a.v1.20260427.a4dfe9b5a4a94d23a9dc0bb6c417273d_T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