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논설실장
신문을 펼쳐보다 한 장의 장쾌한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온다. 드론으로 찍은 대구 달성토성(달성공원) 발굴 현장이다. 엄청난 규모의 성곽이 속살을 드러냈다. 촘촘히 돌로 쌓은 흔적이 역력하다. 제목은 '달성 1천700년 만에...베일 벗어'이다. 아! 달성이 단순한 토성이 아니라 석벽이었구나. 발굴 조사에 나선 대동문화유산연구원 측은 신라 시대 고도화된 축성 기법을 잘 보여 준다고 설명한다.
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달성공원으로 알려진 달성토성에 가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게다. 어릴 적 우린 숱하게 다녔다. 코끼리 사자가 떡 버틴 동물원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졸업 앨범도 여기서 찍었다. 언젠가 새들은 방치한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선 적도 있고, 애들과 나들이 간 적도 반추된다. 공원 앞 순종황제 어가길을 둘러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삼성상회 옛 터(삼성그룹의 모태)를 거쳐 성곽 산책길을 걸었다. 토성 동편에 오르면 대구 도심이 깊게 퍼져 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당시 김범일 시장이 고민에 빠졌다. 대구란 도시를 어떻게 알리느냐는 난제였다. 해외에서는 삼성은 아는데 대구는 모른다나. 그걸 받아 난 이런 취지의 글을 썼다. '삼성의 탄생지 대구, 2천년 고대도시 대구', 이걸 육상대회 브로셔에 올리면 좋겠다는 대략 이런 작문이었다.
그렇다. 달성토성은 대구가 고대도시임을 알리는 고고학적 랜드마크이다. 달성의 역사적 축성시기는 삼국사기에 261년으로 나온다. 1천700년 전이다. 달성의 달구벌은 기원전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 2천년이다. 2천년 역사가 숨쉬는 대구라 해서 하등 틀릴 게 없다. 달성은 둘레가 1.3km, 높이 최대 17m이다. 지금은 복개돼 가려져 있지만 동쪽 성벽에 달서천이 흐른다. 그건 적을 방어하는 천연 해자(垓子)이다. 마치 일본 오사카성의 그것처럼. 오사카 성은 1천58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웠다. 도시 랜드마크이다. 아무튼 대구 달성의 역사에는 한참 못 미친다.
가끔 서울 나들이를 가는데 익선동(益善洞)을 둘러봤다. 한류 열풍을 업고 세계적으로 뜬 한옥 골목길이다. 조선말 양반 집들이 한식당에, 이태리 프랑스 카페로 리모델링 변신했다.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이 오간다. 고궁의 도시 서울은 문화적 경쟁력에서 뉴욕보다 앞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가 2천년 역사의 원류, 달성을 가졌는데 먹고 살기 바쁜 이유로 방치해온 지난 세월이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대구시는 2011년 세계육상대회를 전후로 달성토성 복원에 나섰다. 이번 정밀발굴조사도 그 일환이다. 걸림돌은 동물원이었는데, 2028년 드디어 수성구 삼덕동 대구대공원이 완성되면 옮겨간다. 그때부터 복원작업이 시작되면 2034년쯤 고대 달구벌 달성이 우리 앞에 우뚝 설 것이다. 아쉬운 게 있다. 달성의 동편을 흐르는 복개된 달서천(새벽시장이 열리는 곳)을 청계천처럼 복원해야 하는데 확실한 계획이 없다. 1천억원 이상 예산이 필요하다. 천연 해자가 복원돼야 달성의 역사성이 완성된다.
6·3 지방선거에 대구시장을 놓고 '역사적 진검승부'가 펼쳐질 모양이다. 역대급이란다. 숱한 공약이 쏟아진다. AI와 로봇에 청년 일자리 창출까지. 달성의 완벽한 복원도 공약에 넣었으면 한다. 그건 대구 시장이 되려는 이들의 도시에 대한 최소한의 조예(造詣)다. GRDP 꼴찌는 공장을 잘 돌리면 만회가 된다. 문화·역사가 꼴찌면 회복 불가능이다. 달성(達城)! 2천년 역사도시 대구의 랜드마크로 다가오라!
박재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