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이 전공대학으로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인포그래픽=생성형AI>
"수시 합격한 학생 일부가 갑자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례를 찾아보니 2021학년도부터였다."
대구경북에 있는 한 대학 예체능 계열 김상엽 교수(가명)의 말이다.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전공대학'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수시 합격 이후 전공대학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공대학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가 지역 대학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제도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대학과 수험생 모두 전공대학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공대학은 평생교육법에 근거해 설치·운영된다. 법적으로는 평생교육시설이지만, 졸업 시 전문학사 학위를 수여한다. 교육과정·학생모집·진로 측면에서 일반 전문대학과 사실상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전문대학 수시 합격자는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 지원이 제한된다. 반면 평생교육법 적용을 받는 전공대학은 해당 규정에서 제외다.
이에 따라 수험생은 수시 결과와 관계없이 정시에서 전공대학 지원이 가능하다. 대학 현장에서 일부 학생이 수시 합격 이후 전공대학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전문대학뿐 아니라 일반대학 전반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서울로 학생 이동 흐름이 체감된다는 반응이다. 예술계열 학생들의 경우 '인서울 선호' 인식이 더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음악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 수험생은 "예술 쪽은 서울에 기회가 더 많다는 생각이 있다"며 "주변에서도 '전공을 살리기 위해선 서울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기타 전공 졸업생도 "같은 전공이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면 오디션 기회 등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진로를 생각하면 지역에 남아선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고 돌아봤다.
이러한 인식이 입시 구조와 맞물리면서 결과적으로 지역 대학 이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방대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이 입시 막바지 수도권 전공대학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지방대는 '미등록 결원 증가'라는 타격을 입고 있는 셈이다.
선발 인원이 늘어나면서 학생 이동이 더 집중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2026학년도 기준 서울 소재 전공대학 3곳의 실용음악 관련 모집 인원은 1천367명"이라며 "지방 사립대학 동일 계열 평균 정원(30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45개 학과 규모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소수 대학의 대규모 선발이 지방 대학 여러 학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문대학교협의회도 이미 국회 등을 통해 전공대학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전공대학이 전문학사 학위를 부여하면서도 기관평가 인증 등 관리 체계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수시·정시 등 입시 구조와 관련해서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공식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통계 등 근거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협의회 국회협력관은 "전공대학이 전문대학과 유사한 역할을 요구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여러 대학에서 입시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지만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전공대학 측은 입장이 없다고 밝혔으며 교육부는 특정 혜택 구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담당자는 "전공대학은 교육부 재정 지원 대상이 아니며 입학 전형은 관련 협의체가 수립한 기본계획에 따라 운영된다"며 "수시 합격자 정시 지원 제한은 고등교육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대학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별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당장 제도적 변화가 어렵다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 대안으로 꼽힌다.
대구가톨릭대 김근홍 교수(실용음악과)은 "전공대학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할 방법은 당장 없을 것"이라며 "힘들더라도 인식을 바꾸고 전공대학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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