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매원마을. 조선 중기 광주 이씨가 정착한 이후 약 400여 년 동안 집성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3년 전국 최초로 마을 단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리는 조선 시대 전통마을의 원형이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원마을은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 3대 반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조선 중기 광주 이씨가 정착한 이후 약 400여 년 동안 집성촌의 형태를 유지해 왔다.
특히 지난 2023년에는 전국 최초로 마을 단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며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해은고택은 매원마을의 주택 중 건립 연대가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잘 갖춰져 있다. <칠곡군 제공>
매원마을은 단순히 오래된 한옥 몇 채가 남아 있는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마을 구조와 생활 공간, 전통 가옥 형태 등이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마을은 용두산 자락을 따라 형성돼 있으며 중앙의 '중매'를 중심으로 동쪽의 '상매', 서쪽의 '서매'로 나뉜다. 후손들이 세대를 거쳐 분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규모가 확장된 구조다.
골목은 직선형보다 곡선 형태가 많고 가옥 간 간격도 일정하지 않다. 조선 시대 자연 지형을 최대한 유지한 상태에서 마을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을 내부에는 전통 한옥과 돌담길이 남아 있으며 일부 고택은 사랑채와 안채, 곳간채 등이 연결된 전통 양반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원마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생활형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꼽는다.
매원마을에는 자연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분위기에 전통 한옥 형태의 새로운 주택이 여러채 들어서 있다. <마준영기자>
일부 전통마을이 관광 중심 공간으로 변화한 것과 달리 매원마을은 현재까지도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현재도 주민들은 고택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마을 곳곳에는 농기계와 생활용품 등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
마을 보존 과정 역시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
칠곡군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기존 마을 형태와 생활 환경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매원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1950년 낙동강 방어선 전투 당시 왜관 일대가 격전지가 되면서 마을 상당수가 소실됐다. 당시 인민군 주둔과 미군 폭격이 이어지며 400여 호가 넘는 기와집 대부분이 전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남아 있는 전통 가옥은 약 60여 호 수준이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전쟁 전에는 기와지붕이 마을 전체를 뒤덮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전쟁 이후 일부 고택은 복원됐지만 상당수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럼에도 마을의 기본 구조와 전통 경관은 비교적 유지돼 현재의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
매원마을은 독립운동과 관련된 역사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광주 이씨 문중 일부 후손들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전통마을 관광지로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한옥과 돌담길 사진이 확산되면서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조용한 농촌 전통마을 분위기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주민들은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마을 경로당 앞에 모여있던 주민들은 "관광객 증가도 중요하지만 주민 생활과 전통 보존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칠곡군 역시 관광 개발 중심보다는 보존 중심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미진 칠곡군 문화관광과장은 "매원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과 역사가 함께 이어지는 공간"이라며 "전통 경관과 생활 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매원마을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건축물 보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전통 가옥과 골목길, 마을 구조뿐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생활문화 자체가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주민 이승구씨(60)는 "빠른 도시화와 개발로 농촌 전통마을이 점차 사라지는 상황에서 매원마을은 지금까지도 보존과 생활이 공존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태어나고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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